도시재생사업으로 리모델링된 돈의문 역사문화공원, 서울로 7017, 세운상가(시계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으로 리모델링된 돈의문 역사문화공원, 서울로 7017, 세운상가(시계방향으로).
4부. 거버넌스 재정립 - ⑤ 도시재생

서울,철거대신 리모델링 활발
다시세운프로젝트·서울로 등
창업기지·관광명소로 재탄생

‘달동네’ 부산 감천문화마을
빈집에 공방·예술공간 입주
‘한국의 산토리니’로 입소문

정부, 매년 10조씩 5년 투자
전국 노후도심 500곳 ‘재생’
도시재생,지방분권 병행 필수
지원하되 과도한 간섭 말아야


대한민국이 도시재생을 통해 변화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낙후된 지역을 전면 철거하는 대신 재생하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은 매년 10조 원씩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해전 국 500곳의 노후 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68곳의 사업지를 선정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추진할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 노후 도심 250곳이 청년 스타트업(새싹기업)의 둥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혁신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모체로 도시재생을 선도하고 있고, 지방에서도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새로운 미래 = 1990년대 들어 추진된 뉴타운 재개발은 너무 급격하고 빠르게 추진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뉴타운 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주민들을 몰아내고 아파트만 만들어내다 보니 부작용이 컸다. 도시재생은 기존 자원을 활용하면서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혁신 거점과 일자리 공간을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서 가치를 찾는 ‘오래된 미래’를 추구하는 도시재생이 도시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서울은 정도한 지 600년이 넘었다. 북촌이나 서촌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지방도 역사를 기반으로 가치를 키우고 소속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오래된 것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다 할 수는 없다.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이 있고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서 특색있는 방식을 만들어가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변 교수는 “도시재생은 지방분권과 같이 가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에 예산을 지원해야 하지만 과도한 개입을 해선 안 된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지방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시화는 1960년대에 시작했다. 당시 인구는 2500만 명이었고, 도시거주 인구비율은 40%에 미치지 못했다. 약 1000만 명이 도시에 거주한 것이다. 50여 년이 지난 2016년 인구는 5000만 명으로 두 배로 늘었고, 도시거주 인구비율은 91%에 달했다. 50여 년 동안 3500만 명을 도시에 더 수용한 셈이다.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5년마다 평균 350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계획을 하면서 차분하게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설계를 할 수 없었다”며 “지역의 특화된 자산을 잘 활용하고 주민, 행정가, 도시전문가가 거버넌스를 이뤄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서울 등 대도시와 지방은 각기 다른 재생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공공시설을 공유하는 등 현재 자산을 최대한 활용·발굴하는 것이 필요한 반면, 서울 등은 상암DMC처럼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제 거점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 = 서울은 지난 2012년 1월 뉴타운 재개발의 대안으로 도시재생이 본격화됐다. 현재 낙후한 도심지와 주거지를 중심으로 131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100곳 내외를 선정할 계획인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유로 사업지에서 제외됐던 서울시도 올해에는 최대 10곳이 선정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이기도 한 세운상가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방식 대신, 원래 있던 건물을 그대로 둔 채 리모델링 등으로 일부만 고쳐나가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은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으로 철거 위기에 있던 고가도로를 세계에서 유일한 공중 보행교로 재탄생시켜 하루 평균 2만5000명이 다녀가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시는 또 한때 전자산업의 메카였으나 쇠락한 용산전자상가 재생 사업에 2022년까지 200억 원을 투입, 도심 ‘창업기지’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시재생 지역의 주택가격을 모니터링한 결과, 도시재생과 주택가격 상승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히려 도시재생을 통해 노후하고 낙후한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고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시민들의 거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 성공 모델은 =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노후 달동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한 경우다. 부산시는 한국전쟁 이후 계단식으로 형성된 노후주택지구에 도시재생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재개발, 재건축 대신 빈집에 마을공방, 예술창작공간, 카페 등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감천문화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계단식 주거형태로 이루어져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 등으로 불리며 지난 한 해 20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광주시에서는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 서구 발산마을 등이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1913송정역시장은 1913년 문을 연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전국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또아 식빵’ 등 일부 청년 창업자들의 가게는 긴 줄을 서야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다. 발산마을은 인근 방직공장의 쇠락으로 공장 근로자들이 거주하다 떠남에 따라 낙후했던 곳인데, 화사한 벽화 등으로 재단장됐다.

김도연 기자 kdy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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