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블룸버그와 인터뷰때
“헤지펀드 안들어오는 것 창피”
엘리엇 피해보상 가능성 없어
삼성물산 합병 문제와 관련해
‘ISD 카드’ 들고나오는 이유는
현대車 압박하려는 ‘성동격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피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으며, 이는 현재 공격을 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가 보낸 초대장에 응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엘리엇이 언론 발표문을 통해 ISD의 전 단계인 중재 의향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사실을 공식화한 가운데, 기업 전문가이자 헤지펀드에 정통한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ISD 절차를 통해 보상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 이유와 관련, “ISD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손해를 입을 때 제기하는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입증할 수 없다는 점, 국민연금이 정부가 아니라 대주주였다는 점, 법원도 합병과 관련해 삼성 측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린 점, 엘리엇이 합병 성사 여부에 따라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ISD 제기의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소추, 법원이 삼성그룹 고위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유죄 선고를 내린 점을 제시했다.
이 같은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신 교수는 “내부 절차를 지켰던 최광 전 국민연금이사장이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내부 프로세스상의 직권남용 문제였지, 정책사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엘리엇이 ISD를 들고나온 것은 ‘현대차그룹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엘리엇이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공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합병 문제와 관련해 실현 불가능한 ISD 카드를 꺼내면서, 현재 공격 중인 현대차그룹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엘리엇의 이 같은 행태를 정부가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신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엘리엇의 공격은 마치 한국 정부가 보낸 초대장에 응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일은 창피한 일’이라며 ‘한국으로 들어와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약속한다”고까지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같은 시기에 현대차그룹에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행동으로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얼마나 황당무계 깡패처럼 행동하는지 잘 드러난 만큼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신 교수는 엘리엇의 공격을 받는 현대차그룹에도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엘리엇은 마치 국제금융시장의 대변인이고, 현대차그룹이 잘못하는 집단인 듯 몰아가고 있다”면서 “무리한 요구는 과감히 거절하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주주들에게 계속 설득해가는 정도 경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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