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13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일대에서 열릴 ‘제2회 옥스팜 트레일 워커’에 참가하는 시각장애인 김미순씨(왼쪽)와 남편 김효근씨.  김효근씨 제공
오는 12~13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일대에서 열릴 ‘제2회 옥스팜 트레일 워커’에 참가하는 시각장애인 김미순씨(왼쪽)와 남편 김효근씨. 김효근씨 제공
남편과 ‘옥스팜 트레일 워커’ 2년 연속 참가, 김미순 씨

“마라톤 완주 경력 300회 넘어
산길 38시간 마라톤 어렵지만
‘나도 할 수 있다’ 꼭 보여줄 것”


“제가 약해지면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고, 다른 누군가가 약해지면 제가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겠습니다.”

100㎞ 마라톤 도전을 앞둔 시각장애인 김미순(여·59) 씨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걱정하는 시선이 있지만 겁을 먹기보다 오기가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오는 12~13일 국제 구호개발기구 옥스팜코리아가 전남 구례군, 지리산 일대에서 개최하는 ‘제2회 옥스팜 트레일 워커’ 행사에 참가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다. 100㎞를 걸어서 38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이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 김 씨는 남편, 동갑내기 친구 2명과 ‘멈추지 않는 도전’이라는 팀을 꾸려 참가, 100㎞를 때로는 걷고 때론 뛰어 28시간 20분 만에 완주했다.

김 씨는 “지난해에는 21㎞와 38㎞ 사이 구간을 지나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남편에게 실려 가다시피 했고 74㎞쯤 가니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도전이 또 다른 도전을 낳았다”며 두 번째 100㎞ 완주를 다짐했다.

김 씨는 29세였던 지난 1988년 눈 안에 염증이 발생하는 ‘베체트병’ 판정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김 씨는 “29년 동안 당연하게 봐 왔던 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면서 “시력이 완전히 없어진 후에는 정신세계도 같이 무너져 버리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김 씨에게 힘이 돼 준 건 남편 김효근(58) 씨였다.

김 씨는 “내가 당신의 손과 발, 눈이 돼 주고 싶다. 나를 믿고 살아달라”며 다독이는 남편의 손을 잡고 마라톤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다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완주한 대회만 300회가 넘는다.

김 씨는 “트레일 워커가 산악 마라톤이다 보니 시각장애인에겐 위험할 거라고들 하지만, ‘못 한다고? 내가 보여주마’라는 생각으로 올해에도 참가한다”며 “이번 대회도 완주해 도전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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