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 / 조지 앤더스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인문학 비하 농담 저명인사들
알고보면 문과 전공으로 성공
新기술 만들어 내는 속도보다
거부감 줄여주는 게 더 중요해
디지털 혁명 넘쳐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문학적 내공 강조
하지만 앤더스는 이 말에 ‘매우 역설적인 것’이 있다며 약점을 파고든다. 바로 이들의 이력 자체가 시답잖은 농담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맥아들은 다트머스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루비오는 플로리다대에서 정치학을, 부시는 텍사스대에서 라틴아메리카학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성공적인 삶은 오히려 인문학이라는 학문적 여정의 힘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앤더스가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5년 ‘포브스’지에 쓴 ‘쓸모없는 인문학 공부가 테크놀로지 분야로 진출하는 가장 핫한 티켓이 되다’라는 기사였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글이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념적 선언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이념적 선언을 구체적으로 실증해 증명한 결과물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 직업 세계에서 인문학의 가치가 얼마나 새롭게 평가받고, 유효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인문학 전공에 대한 여러 통념을 뒤집는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이렇다. 흔히 인문학 전공자들의 소득은 낮다고 여긴다. 하지만 미국 최상위 10% 고성과자들의 평생 소득을 전공별로 비교했더니 1위는 481만 달러로 집계된 정치학이었다. 이어 역사학(375만 달러), 회계학(366만 달러), 철학(346만 달러), 경영학(337만 달러), 토목공학(336만 달러), 컴퓨터공학(320만 달러), 영문학(281만 달러), 심리학(264만 달러) 순이었다.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인문학 전공은 철학이었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설립자의 3분의 1은 인문학 전공자이다. 구체적으로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닝스타는 ‘채용의 경계선을 허물어’ 비판적 사고력을 겸비한 인문학 전공자들을 채용한 덕분에 성장했다. 저자가 드는 예는 수두룩하다.
이는 디지털, 과학기술 시대에 ‘우리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재능’인 인문학적 감각이 더없이 긴요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과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데이터와 숫자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핵심을 추출하는 능력이며, 얼마나 더 빨리 새 기술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낯선 기술을 받아들이게 하는 설득의 기술이 중요해졌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 수 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책은 ‘인문학적 감각’에 대한 찬가로 가득하다. 이런 찬사들이다. 인문학적 감각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볼 줄 알게 하고, 숨겨진 이면을 밝혀낼 줄 알게 한다. 데이터와 숫자에 숨겨진 의미, 방정식으로도 풀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게 한다. 복잡한 데이터 전체를 통합하고, 기계가 읽어내지 못하는 모호한 정보로부터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 내며, 알고리즘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갈 줄 알게 한다.
책의 부제대로 인공지능 시대, 세상은 오히려 단단한 인문학적 내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를 필두로 디지털 시대 인문 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 나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먼 시대, 중요한 참고 문헌이다. 284쪽, 1만4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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