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의 품질이다. 외부감사는 제3자적 입장에서 숫자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에 유통되는 정보의 신뢰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특정 분야에서 투명성 논란이 발생하면 해결책의 일환으로 회계사에게 외부감사를 받도록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는 계약법상 통상의 양자 관계를 뛰어넘는 특성이 있다. 회계의 투명성에 관한 감사의견은 계약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활용하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자유경쟁시장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 속하는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경제학 이론이 설명하고 있으므로 자유경쟁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에 공공재적 성격을 띤 외부감사가 포함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유경쟁을 제한하게 되면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이 줄어든다는 논리가 공정거래법이 존재하는 학문적 근거다. 만약 감사 품질을 높여 감사의견을 보다 정확하게 형성하기 위해 감사 시간을 늘린다면, 결과적으로 감사 보수도 일한 만큼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 경우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는가? 감사의 질적 향상의 결과, 감사 보수가 오르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늘지만, 일반 투자자 대중은 보다 신뢰도 높은 감사의견을 활용하게 되고, 회계부정의 소지도 줄어들므로 소비자 후생은 오히려 커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를 단순히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우조선 회계 분식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회계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회계개혁법에서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통해 감사 품질을 확보하고, 경쟁 제한적 성격을 띤 회계사 국가지정 제도를 도입한 것은 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가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사실상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이 회계사를 뽑는 제도적 결함을 안고 있다. 피고가 재판을 맡을 판사를 지명하는 셈이 돼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취약점이 있다.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 아파트 회계감사를 제대로 한다는 취지로 아파트 감사 표준시간을 설정한 회계사회의 업무지침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의 공공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사고의 소산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8일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반부패대책회의 자료에서 외부감사의 품질 개선을 위해 도입된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중요하게 다뤄진 바 있는데, 그 이튿날 열린 공정위(公正委)에서 아파트 감사 표준시간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차제에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아파트 회계감사와 관련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첫째, 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해 경쟁제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아파트 회계감사가 감사공영제로 운영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이 회계사를 선택해 외부감사를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하는 회계사의 감사를 받도록 하고, 감사 보수도 입주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지자체장이 정해야 한다. 아파트 회계감사의 품질 향상이 투명한 회계처리를 통해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