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둘레’를 지시하는 ‘두리’는 옛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둥근 것’을 지시하는 ‘두리’(千字文(光州版)·1575)가 16세기 문헌에 보이는데, 이를 ‘두리(둘레)’와 기원적으로 같은 단어로 파악하면 그러한 ‘두리’ 또한 일찍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을 ‘혁명의 참모부’로 지칭하며 ‘당의 두리(주위)에 군대와 인민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했다”(조선일보 2013.8.26.)에서 보듯 ‘둘레’를 지시하는 ‘두리’가 북한어에 남아 있어 그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합성어 ‘변(邊)두리’ ‘전두리(둥근 그릇의 아가리에 둘려 있는 전의 둘레)’ ‘테두리’ 등의 ‘두리’도 그러한 것이어서 ‘두리’의 존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두리’가 일부 합성어에 흔적을 남기고 서울말에서 사라진 것은 같은 의미의 ‘둘레’에 세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둘레’는 15세기 문헌에 ‘둘에’로 보이는데, 이는 동사 어간 ‘두르-’에 접미사 ‘-에’가 결합된 어형이어서 ‘두리’와 같은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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