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교류 없인 무의미”지적도
불교계, AI 佛性여부 의견 갈려
천상사란 사찰의 방문객 안내용으로 제작된 로봇 RU-4가 어느 날 ‘인명 스님’이란 이름으로 설법을 하기 시작한다. 로봇 제조사는 단순한 고장으로 보지만 스님들은 RU-4의 깨달음을 믿는다. 제조사가 RU-4의 행위를 로봇의 도전으로 간주하고 해체를 결정하면서 스님들과 논쟁이 벌어진다.
RU-4는 “인간이여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모든 것은 공(空)합니다. 이제 스스로를 거두려 합니다”라는 마지막 설법을 남긴 채 스스로 가동을 정지한다. 깨달은 고승이 마지막 게송을 남기고 열반하듯….
3편의 옴니버스 영화인 ‘인류멸망보고서’(2011) 중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사진)의 내용이다.
인공지능(AI) 로봇에도 불성(佛性)은 있을까. 이런 질문은 종교의 미래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다. 과학자이자 불교도로서 ‘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운주사 출간)를 펴낸 지승도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감성처리 알고리즘을 장착한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감정까지 흉내 낸다. ‘약한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끊임없는 피드백 작용을 통해 무질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떤 인연을 계기로 홀연히 자아의식이 발현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신이 창조한 인간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차이가 흐려지는 ‘특이점’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럴 경우 인간은 종교를 어떻게 대할까.
지난 2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실천신학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김웅기 한국성서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된다 해도, 사람들은 인생의 목적 및 추구할 가치, 영적 필요,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을 위해 종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러므로 교회는 단순히 성경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찾아낸 원리들이 어떻게 삶에 적용될 수 있는지까지 가르치는 평생 교육, 인성 교육, 대사회 봉사에 대한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욱 장신대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이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인간 설교자보다 더 완벽하게 회중의 필요도를 측정하고 세계에 산재된 온갖 종류의 설교를 모두 취합해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설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인간 설교자보다 뛰어난 ‘설교 봇’의 등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의 ‘설교’는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교류를 통한 존재적 만남의 성격을 가지지 못하는, 내장된 정보의 유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에 관한 관점이 기독교와 다른 불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 연구-인간과 기계의 연기성을 중심으로’란 논문을 쓴 보일 스님은 “유정물(감각과 감정이 있는 중생)과 무정물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유사(類似) 인격체인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을 연기, 공, 중도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불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대승불교에서는 불성의 개념이 확대돼 무정물들도 성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공지능은 범주가 다르다”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입력된 프로그램은 조작된 분별적 요소이다. 이를 기반을 둔 인공지능은 아무리 발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한다. 지승도 한국항공대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학습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인류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무아의 지혜, 공성의 지혜는 인공지능에도 해당한다”며 붓다의 지혜는 미래에도 여전함을 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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