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글로벌 G2인 미·중 관계는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에게 한반도 외교·안보 이슈와 함께 가장 중요한 관심사에 속한다. 지난 3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불붙은 미·중 무역전쟁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협상 모드로 들어섰다. 지난 3∼4일 미국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큰 이견을 드러낸 1차 협상을 했고, 다음 주에는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으로 날아간다.

핵심 쟁점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등이다.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양국이 적당한 선에서 ‘주고받기’에 나설 수도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상대방을 향한 ‘관세 폭탄’을 터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갈등이 봉합되든, 지속되든 미·중 무역전쟁은 21세기 글로벌 패권을 놓고 두 나라가 벌이는 치열한 한판 승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양국의 핵심 이익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이다. 첨단산업 분야 1위인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중국은 이 분야 국가 지원책인 ‘중국 제조(Made in China)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 기술 ‘도둑질’을 통해 첨단산업을 키운다는 게 미국의 공격 포인트다. 그렇다면 양국이 왜 첨단기술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첨단기술이 군사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쓴 ‘웅크린 호랑이’에서 댄 슬레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위원은 “우수한 기술이 없으면 우수한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다.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월등히 우수한 기술력과 혁신, 무기 시스템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AI와 반도체, 5G 통신 등의 첨단산업은 경제력 발전과 함께 핵심 기술의 무기화가 가능하다.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성장 속도를 늦춰 군사력 팽창을 저지한다는 전략이고, 중국은 어떻게든 핵심 기술을 확보해 ‘강군몽(强軍夢)’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핵심 기술 중에서도 핵심은 반도체이다. 중국은 최근 대이란 제재 위반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을 계기로 반도체 육성과 자급률 향상에 ‘올인’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독립을 위해 지난 2014년 23조 원의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최근 50조 원 추가 조성에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우리나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부정적 여파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반도로 튀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역할론’을 주장하면서 적극 끼어드는 것도 결국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맞서는 아시아의 패권 국가로 부상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제는 우리도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와 한반도 전체의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utopian21@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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