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한 지 1년이 됐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문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은 83%로 역대 최고다. 통상 대통령 지지도는 취임 초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진다. 그 패턴이 깨졌다는 건 한국 정치에서 전대미문이다. 그 배경으론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밖에 촛불혁명 뒤 진보로 기울어진 이념 운동장,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행보, 신뢰감 주지 못한 보수 야당의 지리멸렬(支離滅裂) 등도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1년 평가를 대선 공약과 취임사의 관점에서 보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 공약이 헛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재정도 쏟아부었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토대 위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친노동정책을 폈다. 지난해 정부는 역대 최대인 18조285억 원을 일자리 사업에 편성했다. 하지만 기대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실업률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대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정 이념에 치우친, 검증되지 않은 섣부른 경제 실험이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둘째, 통합과 협치(協治)는 사라지고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정반대였다. 보수 야당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협치를 포기했다. 더구나 정부·여당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내로남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통합을 이끌지 못했다.

셋째, 탕평은 온데간데없고 인사 실패가 판을 쳤다. 문 대통령은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아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는 ‘유시민(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 인사’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실패했다. 86그룹(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인사들)과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부의 요직을 독식했다. 이념적으로 편중된 인사는 특정 그룹이 정책 형성과 추진 과정을 독점하면서 장관의 존재감이 희미해졌고, 청와대 중심의 정치가 부활했다.

단언컨대, 인사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큰 성과이자 반전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진정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선 과정과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것들이 거꾸로 가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더불어, 국민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성과를 내고, 야당의 기능과 가치를 인정하면서 협치를 시작하고, 담대한 탕평책을 펴야 한다. 문 대통령 공언대로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말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외화내빈(外華內貧)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지지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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