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會談 막판 조율
낙관론과 비관론 교차하지만
北 비핵화 약속 과거와 달라
경제 파탄 北 더는 버틸 수 없고
제재 해제에는 美 거부권 작동
미·북 合意와 이행 강제가 최선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을 뒤로하고 이제 조만간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 남북회담과 달리, 미·북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라는 단일 의제에 집중될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합의한 것이 어떻게 구체화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전망에는 낙관과 비관이 혼재돼 있다. 대체로 국내에서는 희망적인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리고, 해외에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지배적인 것 같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그 같은 공언을 하겠느냐는 분석도 일리가 있고, 그렇게 금방 포기할 것 같으면 왜 6차례의 핵실험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미사일 실험을 했겠느냐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특히, 과거의 유사한 합의들이 모두 이행 단계에서 좌초됐기 때문에 경험에만 의존한다면 낙관적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이번엔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어주는 게 현시점에서 최선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경제적인 이유다. 필자는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됐을 때 안보리 연설에서 우리말로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하고, 북한 주민들이 무기를 먹고 살 순 없으므로 경제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 북한에 최선이라고 했다. 그 후 지난해에만 3차례에 걸쳐 강화된 유엔의 대북 제재는 사실상 북한의 대외 경제활동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오늘날 외부와의 경제활동 없이 발전을 도모하는 길은 없다. 미국의 일방적 제재까지 더해 중국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어떤 나라도 오래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비핵화는 제재가 없었던 과거 몇 차례의 합의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시간은 북한의 편이 아니다. 과거에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하고 몇 년 후 무산시키는 패턴 속에 핵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즉,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쪽이 시간에 쫓겼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그것을 의심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아직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지만, 어차피 북한이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게 아니라면 완성 여부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핵 위협이나 핵 억지력 차원의 능력은 여태까지 북한이 행한 실험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의 ‘비핵화’는 핵 개발 과정을 역진행(逆進行)한다는 뜻이 되고 동결은 별 의미가 없다. 장거리 핵 능력 완성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미국은 좀 다를지 모르지만, 우리와 일본으로서는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으면 초조해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셋째,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거나 장기화하더라도 ‘대북 제재’라는 보험이 있다. 북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계속하기보다는 대북 제재를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유엔의 제재 결의는 모든 회원국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입법행위와 같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완화나 해제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로만 가능하다. 제재 결의의 채택을 위한 과정이 길고 험난했듯이 해제를 위한 과정도 그 역순으로 보면 된다. 채택 과정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던 거부권을, 해제 과정에서는 미국이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북한 비핵화 합의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북 제재’라는 보장 장치가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도 보상을 중지하는 정도가 대응책이었다면, 이제는 대북 제재의 유지 또는 강화라는 효과적인 대안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진정성을 믿든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든 간에, 일단 비핵화 약속을 환영하고 미·북 간에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시점인 것 같다. 잘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고, 잘못되더라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 나오게 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인내심을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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