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 계속되자 2차례 訪中
‘끌려다니지 않겠다’ 승부수
올해 1월 신년사를 계기로 핵·미사일 도발 행진을 접고 대화로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말이 통하는’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이미지와 통 큰 협상도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호탕하고 거침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며 심각한 내용의 말을 웃으면서 농담조로 건넸다. ‘탈북자’ ‘실향민’ ‘연평도 주민’ 등 민감한 단어들을 주저 없이 입에 올리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 줄타기로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던 호전적이고 불안한 이미지를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세계인들에게 타협이 불가능한 세습 독재자에서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과 세기의 담판을 할 상대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내부 노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이면서 전략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선 지난달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조·미 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평가했다”는 발언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 공식화를 위한 내부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지난 9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다가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역사적 만남으로 될 것”이라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김 위원장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이 송환된 직후 “그가 그의 나라를 현실 세계(the real world)로 이끌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국제무대에 데뷔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30대의 불안정한 세습 독재자 이미지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011년 권력을 승계한 이후 7년간 최고 권력자 자리를 유지한 만큼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북한의 전략적 지위 달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대화 제스처의 이면에 미국 등 국제사회에 끌려가지만은 않는다는 저돌성도 감추고 있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거두지 않자 김 위원장은 전격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2번이나 회담했다. 시 주석에게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은 ‘단계적·동시적’임을 밝혀 미국의 일괄적 핵폐기 주장에 응수하기도 했다. 오는 6월 12일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이런 승부사 기질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주목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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