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머니, 아버지의 거룩한 사랑을 기념하고 사모하는 날이다. 그런데 ‘어버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그렇게 친숙하지 않다. ‘부모(父母)’라는 한자어에 밀려 아주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라도 없으면 이 말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어버이’는 15세기 문헌에 ‘어버지’로 보인다. 15세기 이전부터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가 아주 깊은 단어이다. ‘어버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어원설이 있다. 첫째 부성(父性)의 어근 ‘업’에 ‘母’의 ‘어지’가 결합된 어형이라는 설, 둘째 ‘父’의 ‘어비’와 ‘母’의 ‘어지’가 결합된 ‘어비어지’가 줄어든 어형이라는 설, 셋째 ‘父’의 ‘업’과 ‘母’의 ‘엇’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라는 설이다. 이 가운데 필자는 두 번째 설을 지지하고 있다. ‘어비’와 ‘어지’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비’의 제2음절 모음 ‘ㅣ’가 탈락하여 ‘어버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비동생’이 ‘오랍동생’으로 변한 것도 똑같은 현상으로 이해된다.

‘어비’는 ‘아비(父)’와 제1음절의 모음에서만 차이가 나는 쌍둥이 단어였다. 이미 15세기에 세력을 잃고 ‘어비아지(父子)’와 같은 합성어에서나 모습을 남겼다. ‘어지(母)’는 중세국어에서 ‘인간의 어미’와 ‘짐승의 어미’를 두루 가리켰는데, 지금은 후자의 의미로만 쓰인다. 전자의 의미는 합성어 ‘어이딸(母女)’, ‘어이아들(母子)’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단어 구성으로 보면, ‘어버지’는 ‘아비와 어미’라는 뜻이 된다. ‘父’와 관련된 단어가 앞에 오고 ‘母’와 관련된 단어가 뒤에 오는 배열 구조인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서도 남성 존중 의식을 엿볼 수 있다. 15세기의 ‘어버지’는 ‘ㅿ’이 소실되면서 ‘어버이’로 변하여 지금에 이른다. 고유어 ‘어버이’가 한자어 ‘부모’를 극복하고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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