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중요성 외치지만
상당 부분 영세성 못 벗어나
한류 20년간 충분히 검증 돼
이젠 ‘질적 도약’ 모색할 때
일관된 전략과 방향성 위해
범정부적 컨트롤 타워 필요
지자체 이미 많은 인프라 구축
내수 활성위해 서로 연결돼야
남북 문화 소통은 경협이 바탕
가장 먼저 人的 교류 이뤄져야
美·日·中이 기술력 훨씬 앞서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해야
“밖으로는 공유, 공감의 새로운 쌍방향 신한류를 이끌고, 안으로는 지역·공공부문과 콘텐츠 생산을 연결해 소비를 만들어내며 콘텐츠 산업을 부흥시키는 콘텐츠 뉴딜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한콘진 방향의 큰 그림 잡기와 구체적인 실행안 만들기 양면에서 모두 바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송성각 전 원장에 이어 한콘진의 조직을 정비하고, 위상을 바로잡아 국민적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할 과제를 안고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원장은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제동, 윤도현, 강산에 등을 키워낸 연예기획사 ‘다음기획’ 대표라는 이력이 말하듯 현장에 대한 이해와 현장 감각이 최대 장점인 김 원장은 공직이 처음이라 두렵고 낯설기도 했지만, 꽤 익숙해졌고 업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한류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진단이 나오고 모두가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콘텐츠 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상황, 그리고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본격적으로 열릴 남북 문화 교류 시대를 앞두고 김 원장을 만났다.
그는 임기 동안 신한류 확산과 지역 콘텐츠 균형 발전은 꼭 이루고 싶다며 자신은 이를 아우르는 ‘콘텐츠 뉴딜 정책’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향후 한류의 경쟁력은 어떤가.
“한류는 지난 20년간 충분히 검증된 경쟁력 있는 국가 브랜드 상품, 훌륭한 문화 상품이다. 문제는 질적 도약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이 닫히며 한류가 지나치게 중화권 시장에 의존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성찰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한류 상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책적·전략적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과 방식이 필요하다.”
―신한류는 무엇인가.
“가치적 측면에서 보면 공유, 공감, 쌍방향의 한류다. 이제까지 한류는 세계 시장 진출, 신시장 개척이라는 말로 표현됐다. (지난 정권에서 한콘진이 내건) ‘대한민국 영토 콘텐츠로 넓힌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공격적이다. 문화 콘텐츠는 특성상 문화 강국에서 약소국으로 일방적으로 흘러, 쌍방 통행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 역시 옛날 사고다. 콘텐츠의 생산 소비 체제가 달라졌다. 국경도, 경계도, 장르 간 벽도 없어졌다. 신한류는 개념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더불어 함께라는 가치, 공유, 공감의 한류가 돼야 한다. 제작 형태도 공동 제작으로 가야 한다. 그 나라, 그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와 전략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은.
“일관된 전략과 방향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 따로, 중소기업벤처부 따로, 코트라 따로, 문화원 따로, 한콘진 따로 한류, 신한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파편적이고 중복되며 일관성이 없다. 컨트롤 타워, 범정부 기구가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이 달릴 길을 닦아줘야 한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지금은 세계적인 보이 그룹이 됐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회비용을 날렸을 것이다. 정보, 시장 동향, 콘텐츠 수출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 법률적 지원 등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
―한류와 함께 지역 콘텐츠 균형 발전을 중요하게 꼽았다. 왜 지역인가.
“내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뉴딜 정책을 펴야 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콘텐츠 내수 시장의 물적 토대를 만들려면 공적 영역과 이어져야 하는데, 이 연결점이 지역과 지방자치단체다. 지자체에는 이미 많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 인프라에 지역에 적합한 관광, 축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사회지도층 사이에서 콘텐츠 산업이 우리의 먹거리라는 인식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어야 한다.”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변하면서 남북 문화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인데, 문화 교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콘텐츠 교류는 경제협력이 바탕이 돼야 하고, 대북 제재가 해제 혹은 완화돼야 한다. 선결 조건이 많다. 주변에선 북한에 테마파크 조성 같은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긴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등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일단 인적 교류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영화계에서 남북 영화 필름 복원 같은 것을 추진 중이다.”
―콘텐츠 분야 교류가 있다면.
“콘텐츠 분야에서도 인적 교류가 먼저여야 하지만 북한 관광자원들을 우리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담아 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VR나 증강현실(AR)로 북한의 묘향산을 찍는 것이다. 남북 교류와 관광 재개에 대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묘향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통일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한편 김 원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미래 먹거리도 ‘콘텐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 분야에서의 쏠림과 과포화를 경계했다. 물론 기술과 연구·개발(R&D)도 중요하지만, 관련 기술력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현실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라는 것이다.
“R&D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의 문제를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면 예산이나 집행 구조도 그렇게 이뤄져 결국 과포화 상태가 된다. 또 현재 우리 VR·AR업체들은 수익 모델을 못 만드니 대부분 어트랙션과 게임 쪽으로 몰려 있다. 이 역시 공공영역, 즉 지자체와 기술력을 결합해 안정적인 재생산 토대를 만드는 콘텐츠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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