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대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가출하고, 죄를 지어 서울소년원과 춘천소년원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지금부터 4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소년원 선생님과의 만남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내 생각을 발표하고 나자 선생님은 대답을 아주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잘 했다고 하시면서 장차 변호사가 될 재능이 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이날 선생님의 칭찬은 주눅 들어 있었던 어린 가슴을 뛰게 했고 퇴원하는 날까지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어린 나에게 막연하지만 소외된 사람을 대변하는 전문가가 되는 꿈을 갖도록 했다.

이것은 무엇보다 소년원학교 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원 학생들은 대부분 14∼18세로 중고생 연령대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그리고 인성교육이다.

많은 수의 소년원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일부는 대학에도 진학해 사회의 동량이 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소년원에서 배운 영어가 바탕이 되어 88서울올림픽과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더 나아가 당시에 소년원에서 읽었던 책에 영향을 받아 검정고시를 거쳐 법학석사,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며 강의와 컨설팅, 자문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소년원에 있었던 인연으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약 60회의 무료특강을 전국의 소년원 학생들에게 해주고 있다. 또한 20여 명의 소년원 출신 후배와 한국위기청소년지원협회를 만들어 소년원 학생들에게 강의와 공연, 진로상담도 해주고 있다. 후배들은 매월 소년원학교를 방문해서 면회와 멘토링을 하면서 소년원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들 후배는 소년원 선생님들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얘기하면서 어제 제37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소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있다.

소년원 시절 말썽만 부리는 사고뭉치를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자신이 올바른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전국의 10개 소년원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하드웨어(hardware)인 시설이 현대화된 것 이외에 교육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oftware)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휴먼웨어(humanware)인 선생님들이 부족해서 과로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학교와 달리 소년원학교는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24시간 일대일의 밀착지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는 현재의 부족한 인원으로는 건전한 청소년 육성이라는 소년원학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소년원 선생님들이 위기의 청소년 보호라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은 만남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사랑과 신뢰로 이어지는 진한 만남이 있어야 한다. 현재 방황하고 소외된 소년원학교 학생들에게는 인생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 나침반, 내비게이션이 돼 주는 ‘스승’이 필요하다.

구건서·한국위기청소년지원협회 회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