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90대 나이에도 활동하는 현역은 노나제나리언(nonagenarian)으로 불린다. 그런 경우가 드물어 용어 자체가 낯설지만,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93)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연합 희망연대(PH)가 승리하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22년간 집권하며 말레이시아 근대화를 개발독재로 성공시킨 ‘국부’ 마하티르는 2003년 정계 은퇴 후 15년 만에 총선을 통해 당당히 복귀, 10일 총리직에 올랐다. 마하티르는 90대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외신 인터뷰에서 소식(小食)과 금주, 금연 그리고 지속적인 사회활동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92) 영국 여왕은 1952년 왕위에 올라 66년째 영연방을 이끌고 있다. 오는 19일 손자인 해리 왕자 결혼식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호감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95세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칼럼을 통해 미·중 관계 등에 훈수를 두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일성 시대부터 활동해 온 현역이다.

이러니 이젠 80대 현역을 의미하는 옥토제나리언(octogenarian)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표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공화당에선 키신저, 민주당에선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양 진영의 외교·안보 거두로 활동할 때 80대였기 때문에 크게 회자됐던 용어다. 그러나 키신저가 5년 전 90대에 진입했고, 브레진스키는 지난해 89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80대 외교·안보 현역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미 재계에선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의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가 80대 현역시대를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1930년생으로 올해 88세 동갑인데, 투자자 겸 자선사업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미 금융가 겸 자선사업가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는 100세 현역인 센터나리언(centenarian) 시대를 연 인물이다. 록펠러가의 3세대 ‘수장’ 역할을 해온 그는 예술애호가로도 명성이 높았는데, 평생 모은 미술 작품이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8억2800만 달러(약 8800억 원)에 낙찰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수익금은 하버드대, 록펠러대 등 20개 기관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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