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사업연기…최장 6년간
납품 80% 영세중기들 날벼락
제휴 美기업, 대사관에 항의도
상생펀드 만든‘롯데몰 군산점’
지역협동조합‘추가기금’ 요구
중복 규제에 일자리 창출 발목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 기업도 우리 정부에 제도 문제점을 공식 항의하고 있어 통상마찰 우려까지 낳고 있다.
◇사업조정제도에 발 묶인 유통기업들 = 통합자재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유진기업은 지난달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DIY 전문매장인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1호점)’을 미국 건자재 유통기업인 ‘에이스하드웨어’와 손잡고 오픈할 계획이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이 개점에 반발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조정 신청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유진기업과 소상공인들은 6차례의 회의를 열었지만, 자율조정에 실패하면서 결국 중기부로부터 3년간 사업연기라는 사업유예 권고를 받았다. 사업유예 권고는 3년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6년 동안 센터를 열지 못할 수 있다.
롯데몰 군산점 사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 지역 상인들과 100억 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하고 정상적으로 개점을 했지만, 이와 별도로 군산시 3개 협동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 측에서는 개점을 3년 연기하거나 26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롯데쇼핑 측은 밝혔다. 이외에도 이마트가 강원도에서 노브랜드 춘천점을 오픈하려 했으나 일시 정지 권고를 받아 출점이 연기됐고, 부산 신호점 역시 사업조정이 신청되면서 일시 정지 권고를 받았다.
◇사업조정제도, 이중규제·형평성 논란 = 문제는 사업조정제도가 지역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또 다른 영세상인들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기업으로부터는 이중규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유진기업의 경우 센터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80%가량이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초 홈센터에 325개 국내 영세 중소기업들이 물품을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이들은 연간 70억∼100억 원이 넘는 판로확대 기회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진기업과 손을 잡고 센터 운영을 하려던 미국 건자재 유통기업 ‘에이스하드웨어’가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에 “최대 6년간 영업을 연기토록 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위배되고, 다른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항의서한을 제출해 자칫 국제 통상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들로부터는 이중규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롯데몰 군산점이 대표적이다. 이미 지역 상인들이 상생펀드에서 68억 원을 빌려 가기까지 했는데, 별도의 단체에서 사업조정 신청을 하면서 또 다른 단체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중규제 개선 검토 =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이유없다”라는 반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생법은 유통법에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해당 지역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유통법과는 취지와 성격 등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그러면서도 이중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찾아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유통법에 따라 기업이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지자체가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모든 소상공인을 협의 대상에 포함해 논의를 시작하면 향후 사업조정 신청을 할 주체가 사라져 기업들이 중복규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방안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사업조정제도 = 대기업 진출로 지역의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경우 일정기간 사업 인수나 개시 및 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 상생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고 있다. 기업과 지역 상인들의 자율조정이 실패할 경우 정부가 권고·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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