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0월 28일 독도에서 사상 첫 패션쇼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를 개최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는 한복 패션 디자이너 이영희 씨.  연합뉴스
지난 2011년 10월 28일 독도에서 사상 첫 패션쇼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를 개최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는 한복 패션 디자이너 이영희 씨. 연합뉴스
한복 드레스 파리에서 큰 반향
구글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한류스타 전지현의 시외조모


한복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기여한 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82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노환 등으로 병세가 악화했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1976년 마흔에 뒤늦게 한복 디자이너 길로 들어섰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이디스타운 내에 ‘이영희 한국의상’이라는 이름으로 연 한복 가게가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정식으로 의상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던 고인은 전통복식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석주선(1911~1996)과의 만남을 계기로 전통한복 연구에 매달렸다. 성신여대 대학원에 입학, 2년간 염직공예를 공부하기도 했다.

고인은 1980년 10월 한국의상협회 창립을 기념하는 한복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쇼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1월 신라호텔에서 첫 개인 패션쇼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다.

1993년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쇼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당시 고인이 선보인 저고리를 없앤 한복 드레스는 ‘저고리를 벗어 던진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0년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4년 뉴욕 이영희 한복박물관 개관, 2007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한복 전시, 2008년 구글 캠페인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일본 NHK홀에서 7000명을 초청해 한복 패션쇼를 열어 ‘한류’ 열풍을 재점화했고, 한식의 세계화에 맞춰 한식과 함께하는 한복의 세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고인은 드라마 협찬에 옷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웃돈까지 얹어 협찬하는 한복 마케팅의 현실에 대해 “우리 가치를 낮춰서야 한복이 제대로 대접받겠느냐”며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의 옷’ ‘색의 마술사’ ‘날개를 짓는 디자이너’로 불려온 그는 외손자가 한류스타 전지현과 결혼하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딸인 이정우 디자이너를 비롯한 3남매가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02-3410-6917

이경택 기자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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