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팀 바우어슈미트, 라미 리들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 출판
여기 남편과 사별한 지 이틀 만에 자신도 암 선고를 받은 구순 나이 어머니가 있다. 수술도 치료도 거부한 어머니를 아들 내외가 권유해 함께 캠핑카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아들 내외가 치료를 거부한 암 환자인 어머니, 바로 노마(사진) 할머니와 함께 캠핑카로 미국 전역을 1년 넘게 여행하며 번갈아 기록한 여행기다.
책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어머니가 말기 암 선고를 받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남은 삶을 존중받고 싶다며 암 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에게 아들 내외는 자신들의 캠핑카 여행에 동행하기를 권한다. 건축 일을 하다 일찌감치 은퇴한 쉰일곱 나이 아들은 단순한 삶을 추구하며 아내와 함께 15년째 ‘길 위의 삶’을 즐기고 있었던 상황. 아들 내외의 제안에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동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2015년 8월 암 환자 어머니와 아들 내외, 애완견과 함께하는 캠핑카 여행은 시작된다.
책은 나이 아흔의 어머니가 캠핑카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여행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미국의 32개 주 75개 도시를 넘나들며 2만1000㎞를 달리는 1년 동안의 여행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국립공원에서 들소떼와 마주치기도 하고, 인디언들의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생전에 타고싶었던 열기구를 어머니와 함께 타기도 한다.
이들의 여행 과정이 페이스북으로 소개되면서 말기 암 어머니와 아들 내외의 감동적인 마지막 여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급기야 이들의 여행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을 타면서 페이스북 접속자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났고, 무려 45만 명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들의 여행을 격려했다.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캠핑카를 타고 길로 나섰던 어머니가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은 삶과 배려와 사랑,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이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했던 것도 이런 깨달음 때문이었으리라.
이들이 몸소 여행을 통해 보여준 것은 예정된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불안과 고통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충분히 즐겁게 누리는 충만한 시간으로 채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혹은 가족의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권할 만한 책이다. 어머니는 여행을 떠난 지 13개월 만인 2016년 9월 자신의 희망대로 캠핑카 안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 352쪽, 1만4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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