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카메라 앞에서 특유의 포즈를 취한 히틀러. 그는 미디어를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왼쪽 사진). 1979년 영국 총선 운동 당시 윌스햄에 방문해 병든 송아지를 안은 대처 총리. 그는 송아지에게 자신의 애칭인 ‘매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추수밭 제공
1930년대 카메라 앞에서 특유의 포즈를 취한 히틀러. 그는 미디어를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왼쪽 사진). 1979년 영국 총선 운동 당시 윌스햄에 방문해 병든 송아지를 안은 대처 총리. 그는 송아지에게 자신의 애칭인 ‘매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추수밭 제공

-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 함규진 지음 / 추수밭

집정관 등 선거 11가지 통해
민주주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

히틀러, 세계전쟁의 원흉으로
대처, 편견 극복한 ‘鐵의 여인’
링컨은 政敵까지 포용 리더십

“늑대에 속지 않도록 주의하고
개의 목줄을 꽉 잡아야” 주장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 등 앞으로 4년간 우리 삶의 질을 책임질 인물들을 뽑아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동시에 이뤄져 정부와 국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폭력과 전쟁이 아닌 투표를 통해 법률을 개정하고, 최고 권력자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류 역사의 전환점마다 중요한 선거가 있었다. 그 결과에 따라 민중과 사회는 진보하거나 후퇴했다.

하지만 과연 선거는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제도일까,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정말 역사를 바꿨을까. 책은 역사적인 투표 사건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인 함규진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 선택’으로 꼽은 순간은 11가지다. 카이사르를 선출했던 고대 로마의 집정관 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뽑은 1987년 대선까지 11번의 선택을 통해 선거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프랑스는 1830년 7월 혁명으로 절대 왕정을 무너뜨렸으나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만이 쌓여가던 노동자·농민들은 1848년 2월 혁명으로 루이 필리프의 입헌군주제를 허물고 ‘영웅 나폴레옹’의 후계자, 루이 나폴레옹을 공화정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나폴레옹의 향수에 젖은 프랑스 유권자들은 루이 나폴레옹이 ‘차선’은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선출된 루이 나폴레옹은 결국 국민을 배신했다. 사조직을 만들어 음모를 꾸몄고, 사회 안정을 이유로 다른 사상을 가진 이들을 배척했다. 심지어 의회를 해산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스스로 황제로 등극했다.

유권자들은 영웅을 흉내 내는 정치가부터 배제해야 한다. 루이 나폴레옹은 처음엔 국민의 ‘충견’이 될 것처럼 모두의 구미에 맞는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에 올랐으나 이후 ‘늑대’의 본색을 드러내고 독재자로 변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은 아돌프 히틀러가 적어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화국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히틀러의 ‘흙수저’론에 매료됐다. 그러나 그가 선거를 통해 내각의 총리가 되는 순간 비상사태법과 수권법 등을 잇달아 통과시키며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총통까지 올랐고, 가장 끔찍한 세계 전쟁의 원흉이 됐다. 귀중한 결정을 타인에게 미루면 ‘괴물’이 선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은 전두환 군부 독재의 항복을 끌어냈다. 2인자였던 노태우가 직선제 개헌안을 받아들이고 12월 대선이 치러졌다. 선거를 통한 군부 종식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의 두 거목 김대중과 김영삼은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야권 분열의 결과는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막장으로 치달았다.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며 하나의 합의를 이끌었던 다양한 역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선거는 ‘개와 늑대들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격언인 ‘개와 늑대의 시간’은 빛과 어둠이 뒤섞여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북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아니면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황혼의 순간을 말한다.

우리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기회인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선택할지 긴 고민에 빠지곤 한다.

선출된 인물이 국가 통합이라는 이상을 위해 정적마저 포용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될지, 철저한 대중 연설 전략으로 시민을 속이고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히틀러가 될지, 혹은 편견을 무릅쓰고 여성이 총리가 될 수 있는 길을 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될지는 선거가 끝난 후에나 알 수 있다.

저자는 “늑대들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하고 개가 날뛰지 못하도록 목줄을 꽉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중들이 선택에 피로를 느끼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역사는 반드시 보복했다는 것이다. 396쪽, 1만78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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