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나친 승부욕,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경우, 또는 완벽주의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객관적인 이유는 골프가 ‘룰과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규범적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사회학 용어로 자기억제(Constraint)가 있다. 사회규범에 대한 것들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규범을 통해 전체 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룰과 에티켓을 통해 경기를 잘 통제하려는 것이 골프 규범이다. 골프룰과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언행을 절제한다. 5시간 동안 자기를 억제하면 강한 욕구불만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라운드 중 의도하지 않은 과한 행동을 하고,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을 수 있다.
그동안은 골프장에 가면 무조건 룰과 예절을 지켜야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골퍼에게만 지키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골프 규범을 잘 지킨 만큼 골퍼에게 보상이 필요하다.
5시간 동안 골프를 하고 들어오는 골퍼에게 골프장 측은 따듯한 한마디를 건네야 한다. 차 한 잔 건네야 한다. 골프장 주변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떡 한 조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교감(Communality)을 통해 상호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골퍼는 골프장에서 룰과 에티켓을 잘 지킨 만큼 이후엔 잘 풀어야 한다. 동반자와 그날 있었던 라운드를 복기하고 즐거웠던 내용을 나누는 게 좋다. 물론 기분 나쁘거나, 잘못된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참는다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나쁜 감정과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음 라운드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동반자와 잘 풀면 긍정적인 감정과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바로 활력이다.
그동안 우리는 “참아라” “지켜라” “하지 마라” 등을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참고, 지키고 난 뒤의 심리적인 보상은 없었다.
어릴 적 아이가 울면, “뚝! 울면 호랑이가 잡아가”라고 가르쳤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하는데 이를 억제하다 보니 커서는 지켜야 하는 규범이 부정적으로 다가오고, 심사는 많이 꼬이게 됐다. 씨앗이 썩지 않게 놔두면 꽃을 피울 수 없고, 꽃을 볼 수 없다. 골프장에서 룰과 에티켓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규범이다. 룰과 에티켓을 잘 지킨 골퍼의 마음을 보상해 줄 수 있는 수많은 꽃향기를 기대해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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