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권유로 40세 넘어 입문
쓰러진뒤 7년만에 스윙 가능
라운드 내내 카트없이 플레이
4시간 이상 걸어 운동효과 커
1kg 아령 들고 스윙연습 도움
2012년 76타 베스트스코어
건강 되찾고 홀인원만 3번
지금은 ‘에이지슈트’에 도전
이능구(76) 칠갑농산㈜ 회장은 2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오뚝이처럼, 기적같이 일어섰다. 과로로 쓰러져 죽을 뻔하다 골프로 재활한 덕에 제2의 인생을 20년째 누리고 있는 것.
이 회장을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칠갑농산㈜ 본사 사옥에서 만났다. 칠갑농산은 쌀 가공식품 선두기업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배제하고 모든 상품을 직접 생산·유통하고 있다. 재료 선정부터 조리법까지 이 회장은 가장 좋은 것만을 고집하고 있다. 시장 반응도 좋아 연 매출 500억 원. 미국, 일본 등 15개국에 매년 60억 원 이상을 수출한다.
이 회장은 발로 뛰면서 자수성가한 기업가. 남보단 자신이 직접 일을 만들며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삐 지내던 1997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의식은 되찾았지만, 하반신 마비에 안면 근육이 뒤틀리면서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담당 의사가 “다시 깨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면서 “재발할 수 있으니 모든 일을 접고 몸 관리만 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몸 가누기조차 힘들어 처음엔 몇 걸음 떼기도 버거웠다. 이후 매일 10m씩 늘려 걷는 연습을 했다. 많을 땐 6시간씩 걸었다. 이렇게 하니 6개월 만에 관악산을 오를 수 있었다. 약물치료와 운동으로 재활한 지 7년 만에 막혔던 혈관이 되살아나 정상 기능을 회복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회장은 1988년 40세가 넘어서 친구의 권유로 연습장에 몇 번 나갔다가 골프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 경기 고양시 6홀짜리 123 골프장을 매일 다녔다. 새벽 4시면 도착해 대기했다가 2시간 연습 볼을 친 뒤 6홀을 돌고 오전 9시가 넘어 회사로 출근했다. 이렇게 하루 6홀씩 5∼6년을 매일 다니다시피 했다. 이 회장은 쓰러진 뒤 이젠 골프와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러진 뒤 1년 만에 필드에 갔다. 고려대 교우회 회장이던 그를 회원들이 얼굴이나 보여달라며 초대했다. 드라이버를 잡았지만,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티샷을 50m도 보내지 못했다. 집에서 러닝머신 위에서 걷기도 했고, 아령을 잡고 조금씩 팔을 휘둘렀다. 이제는 새벽 3시면 일어나 2시간 동안 아령 등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한다. 컨디션에 따라 200번을 빨리하면 시간이 남아 300번까지 늘릴 때도 있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7년 만이던 2005년에야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있었다. 골프의 운동 효과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회장은 분명 건강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18홀을 카트 타지 않고 4시간 이상을 걸으면 충분한 운동 효과가 있다”면서 “잔디밭에서 걸으니 쿠션 효과가 있어 무릎 보호도 되기에 등산 갔다 오면 녹초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요즘에도 3일 연속 라운드를 해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1㎏짜리 아령을 들고 무리하지 않고, 가장 편한 자세로 스윙 연습을 하면 굳이 연습장을 찾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2년 한양CC 신 코스에서 76타를 친 게 지금까지 베스트스코어. 요즘도 보통 80대 중반 타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말 모처럼 79타를 쳤기에 조만간 ‘에이지 슈트’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드라이버 거리도 190m를 보낼 정도여서 동년배보다 늘 더 나가는 편. 이 회장은 10여 년 전 경기 고양의 서울CC 회원권을 사서 지금도 주 2회 오전 첫 팀 라운드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여 년 이상 한 번도 없던 홀인원을 6개월 새 두 번을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생애 세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70대 스코어를 치던 2012년 11월 한양CC 신 코스 4번 홀(파3·180m)에서 3번 우드로 첫 홀인원을 만들더니, 이듬해 4월 같은 코스 10번 홀(파3·150m)에서 5번 우드로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500만 원씩 두 차례 홀인원 보험금을 탔다. 골프장에 기념식수도 하고, 캐디를 포함해 골프장 전 직원 300명을 모아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한양CC 신 코스 14번 홀(파3·150m)에서 또다시 5번 우드로 5년여 만에 세 번째 홀인원을 뽑아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기계는 잘못된 것은 고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먹거리는 언제고 탈이 날 수 있어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 늘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기에 먹거리 사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주 2∼3회, 새벽에 서울 양천구 목동 집에서 2개의 공장이 있는 충남 청양으로 내려가 제조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이 회장이 몇 해 전 미국에 있던 딸(이영주)을 불러들여 대표이사를 맡긴 이유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미국에서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전문기업 KPMG를 거쳐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사로 승승장구하던 공인회계사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과로로 쓰러진 이후 결혼도 안 하고 일에만 빠져 있는 딸 걱정이 앞섰다. 곁에 두고 싶어 경영을 맡겼던 것. 비싸지만 양질의 국산 농산품만을 원재료로 쓰고 자연 건조로 옛 방식을 고집하며 질감과 맛을 찾아온 이유를 딸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회장은 “인생도 골프도 욕심부려서 이기려 하면 절대 안 된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리기보다는 세 번 만에 가겠다고 편히 마음먹으면 쉬워지고 큰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하는 식품 사업도 원료를 비싼 것 안 쓰고 비싸게 팔면 쉽게 돈도 많이 벌 수는 있지만 오래 할 수는 없듯이 자기가 가장 편한 대로 스윙을 하면 골프공이 딴 데로 갈 이유가 없어진다며 웃었다.
글 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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