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회담 통한 입장조율 노려
정의용·서훈 등 訪北 가능성도


청와대는 18일 북한이 연이틀 남북 고위급 회담 무산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반응을 자제하면서 중재자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북한과 통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가동하되 드러나지 않게 물밑으로 접촉을 시도해 양측의 진의를 확인한 뒤 타협점을 찾도록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중재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 반전을 위해 직접 정상 간 채널을 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안전보장에 대한 얘기를 하고, 북한도 대외용 매체를 통해서만 강경 발언을 하는 것으로 봤을 때 양측이 ‘판을 깨려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개적인 메시지를 낼 경우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한 중재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쪽(미국·북한)의 다양한 채널이 있으니 그것을 통해서 뜻을 파악하고 서로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연합 공중 훈련 ‘맥스선더’가 종료되는 다음 주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과의 입장 조율이 다시 매끄럽게 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도 예정대로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게 청와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맥스선더’ 훈련 종료 직후 북한이 다시 고위급 회담장으로 나오는 그림을 청와대는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북한의 기류가 유지된다면 풍계리 행사도 제대로 치러질지 장담하기 어렵고, 고위급 회담 재개도 기약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다음 주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만큼 남북 정상 간 채널 가동 타이밍도 한·미 정상회담 전후가 적기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는 ‘핫라인’ 카드를 꺼내 들면 그 직후에 효과가 바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우리 측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중재자로서 미·북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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