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국회비준 추진’ 비판

南北 교류 예산 편성·집행 등
정부에 무제한 재량권 줄수도
각종 외교 협정과 법률적 충돌


정부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판문점 선언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 비준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국회 비준 시 심각한 법률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정부에 남북 교류·협력 관련 예산 편성·집행에 대해 무제한 재량권을 줄 수 있고, 각종 외교 협정과의 법률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직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는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서에는 엄격한 법률적 형식과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지만 판문점 선언은 선언적이고, 방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예산도 규모가 결정된 뒤에 국회에서 비준을 받을 수 있는데 (남북관계 개선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모호한 남북 교류·협력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향후 남북 관계 진행 과정에서 각종 법률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고위당국자는 “국회 비준 이후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면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진보 단체가 국방부를 고발할 수 있고,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 판단했던 대북 전단 날리기도 불법이 된다”며 “판문점 선언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 위법이 될만한 게 많기 때문에 남북 관계에 함부로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진정성을 가졌느냐에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뒤집을 수 없게 비준을 하겠다는 것은 좀 신중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부터 추진하는 것은 ‘마차가 말을 끄는 격’으로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도 “핵 문제에 있어서는 한 걸음도 안 나갔는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앞으로 경협 재개 등의 사안이 구속력을 갖고 진행되도록 한다는 것이라서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우 우리는 국회 비준을 안 했지만,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을 받고도 안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박준희·김영주·유민환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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