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상·캐릭터 새겨 출시
USB 모양 전자담배까지 유통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원모(여·37) 씨는 최근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으로부터 아찔한 전화를 받았다. 체험학습 당일 도시락과 함께 싸준 사과 향 탄산음료를 마시고 아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아들이 마신 건 음료수가 아닌 소주였다. 원 씨는 18일 “아들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맛이 이상해 선생님께 갖다 줬다고 하더라”며 “포장만 대충 보고 사과 향 소다라고 생각했는데, 소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황당해했다.

실제로 최근 주류업계에선 다양한 색상과 캐릭터를 새겨넣어 일반 음료수처럼 포장한 소주, 맥주 등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업계 측은 도수 3∼5도 수준인 저 알코올 제품을 내놓으며 디자인도 이에 맞춰 ‘상큼하게’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제품 이름에도 ‘소다 톡’ ‘풋사과라 풋풋’ ‘매실 소다’ 등의 문구를 집어넣어 주류 느낌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친다.

이에 애꿎은 소비자들의 혼란만 이어지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음료수인 줄 알고 마셨다가 깜짝 놀랐다”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학생 장진우(23) 씨는 “주변에도 디자인만 보고 소주를 보통 음료수로 착각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류는 주류답게 포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는 USB 모양으로 생긴 전자담배로 인해 여러 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줄(Juul)’이라는 이름의 이 담배는 USB 모양으로 생겨 담배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기 어렵다. 논란이 계속되자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진짜 USB’ 소지도 금지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전자담배 수입업체들은 “청소년에겐 팔지 않는다”는 문구를 걸어놓긴 했지만, 서울 용산 등 ‘지하시장’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업체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로서는 교묘한 포장 등으로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주류, 담배 등의 제품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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