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근무자수 평균 2명 불과
대부분 단순 행정직원이 겸임
年예산도 평균1400만원 그쳐
“성폭력 발생해도 센터 안가”
‘미투 운동’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성범죄 피해가 많은 전국 대학의 ‘성폭력·성희롱 신고 및 상담센터’(상담센터)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범죄 신고·상담 요청 건수는 늘고 있지만 센터 근무 직원은 평균 2명 미만이었다.
특히 성범죄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일반상담직 혹은 단순 행정직 직원이 업무를 겸하는 일이 많아 제대로 된 상담과 피해 대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연간 예산도 대학별로 평균 14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이런 사실은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국 127개 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대학 성폭력·성희롱 신고 및 상담센터 운영 상세 현황’ 결과에서 파악됐다.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대학별 상담센터 근무 직원은 센터별 평균 1.89명 수준으로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학칙 등 ‘상담센터 운영근거’에 의해 성범죄 예방교육만 맡은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는 인권개선·진로상담 등 기존 업무를 맡고 있던 겸임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심의 전문상담이 필요한 성범죄 분야에서 학내 상담센터가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상담센터 예산은 직원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대학별 연간 평균 1463만 원 수준이었다. 필요한 경우에만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거나 배정된 예산 없이 일반상담센터와 통합 운영하는 대학도 127개 대학 중 15개(11%) 대학에 달했다. 아예 상담센터 예산을 삭감한 대학도 많았다. 31개(24.4%) 대학은 2016년에 비해 2017년 상담센터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력·예산·전문성을 고려할 때 상담센터는 제 기능을 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경기지역 모 대학 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A 씨는 “1~2건에 불과하던 성범죄 신고가 지난해 100건이 넘을 정도로 폭증했다”며 “예산도 올해 들어서야 늘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현모(여·29) 씨는 “교내에서 선후배 간, 교수·제자 간 성범죄가 발생해도 상담센터를 먼저 떠올리는 학생은 많지 않다”며 “피해자가 상담센터에서 피해 사실을 얘기해도 가해자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해 스스로 사건을 덮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상담센터가 실질적 권한이 없어 사안 조사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미투 폭로를 당한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오히려 피해 학생을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학교 측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대학 학생회는 “학교 측에선 교수를 상대로 한 조사도 없었다”며 “피해자 진술도 받지 않는 등 부실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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