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주석직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개헌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연임 제한이 해제돼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국에서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도했고 중국 정부도 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강요된 침묵과 조장된 칭송이 일어나고 있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개헌은 마치 과거 한국의 유신헌법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많은 친정부 언론이 이를 칭송하고 나섰던 것도 비슷하다. 아무튼 시 주석은 연임 규정 폐지로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 시진핑 황제의 등극이란 비아냥도 일고 있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으로 시골에서 은둔하다시피 지내며 장기집권의 문제점을 몸소 느꼈던 시 주석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권욕 때문이란 비판적인 시각은 이미 충분히 많으니, 그 반대 입장에서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부패세력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또 실질적으로 고위직에게도 엄한 척결을 진행해 왔다. 이를 두고 많은 외국 언론은 정적 제거나 권력 강화로 해석했고, 최근에는 3연임 반발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패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반부패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3연임 개헌이란 무리수는 어쩌면 시 주석이 느끼는 위기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부정부패는 규모나 범위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조 단위의 부패사건이 수시로 터지는가 하면,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4000조 원가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척결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부패가 정부 관료나 공산당 고위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안방보험(An Bang Insurance) 회장인 우샤오후이(吳小暉)가 11조 원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그룹회장이라는 명함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덩샤오핑 일가라는 혼맥을 이용해 각종 사업 인허가를 따오며 안방보험을 키웠다. 결국 그의 사업은 인맥과 ‘백’으로 성장했고, 그 힘으로 인민을 대상으로 막대한 사기를 친 셈이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서 누가 감히 덩샤오핑 가족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것이 그 하나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많은 전·현직 고위관료가 있고, 그 가족이 있으며, 친인척이 있고, 지인이 있다. 이들이 사업을 한다면 대부분이 고급 정보는 물론 유무형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겉으로는 합법적이지만 불법과 탈법 사이를 오간다. 그런데 누가 이를 감시하고 처벌하겠는가. 크게 보면 제 식구에게 칼을 대는 셈인데, 누구나 구린 데가 있는 상황이라 눈감아주기 마련이다.

시 주석의 걱정은 정확하다. 부패는 인민과 당을 멀어지게 만드는 핵심이다. 지금도 많은 중국 인민이 마오쩌둥(毛澤東)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시절엔 비록 가난했으나 관료들이 함께 고생했기 때문에 불만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 사이에는 동지의식이 있었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