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LG 키워낸 ‘正道경영’
“어려울때 사람 내보내지 마라”
구조조정 최소화에 국민 갈채

- 화합이 경쟁력이다‘人和경영’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制 전환
자회사 사업 전념하도록 지원

- 분쟁·구설·편법없는 ‘모범경영’
허씨一家와 아름다운 同業화제
57년만에 잡음없이 제 갈 길로


신(新)경영 트렌드에 휩쓸리는 재계에 유교적인 전통과 가풍(家風)을 이어가는 LG가(家)의 문화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도덕 경영’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정도(正道) 경영 차원에서 조기에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첨단 산업을 주도하면서도 인재 중시의 ‘인화(人和) 경영’을 펼친 것이 경쟁력을 창출했다는 평가다. GS·LS그룹과 ‘아름다운 동업, 아름다운 이별’을 이뤄낸 점도 경영권 분쟁과 대주주 일가의 불미스러운 일로 얼룩진 재계에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1995년 50세에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기업 슬로건으로 정도 경영을 제시했다. 예스러운 기업 슬로건에 그룹 경영진의 반대가 컸다. 그러나 구 회장은 “1등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1등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며 고집스레 밀어붙였다. 또 구 회장은 단기 성과로 평가하지 않고 믿음을 주는 인사로 유명했다.

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 상황에 부닥쳐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을 때도 “어려울 때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 그의 이 같은 정도·인화·고객가치 경영은 ‘근로자’인 LG그룹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비자’인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전자·화학·통신 등 LG의 3대 핵심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관점의 ‘신경영’을 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인화를 기본으로 한 안정된 지배구조를 토대로 구 회장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조직의 체질과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바꿔 놨다. 구 회장은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룹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과감하게 바꿨다.

구 회장은 또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2003년 3월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해 LG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LG가는 철저히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구 씨와 허 씨 집안의 동업은 1947년 LG그룹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이 시작이었다. 1세대 ‘구인회-허만정’, 2세대 ‘구자경-허준구’, 3세대 ‘구본무-허창수’로 이어지며 현재까지 분쟁 없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2005년 3월 구 회장은 GS그룹 출범식에 참석, “1등 기업을 향한 좋은 동반자가 돼 주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고, GS 임직원들은 모두 일어나 ‘사랑해요. LG’를 부르며 화답했다. 앞서 2003년 LG에서 떨어져 나온 ‘전선-니꼬동제련-칼텍스가스-극동도시가스’ 등도 2005년 3월 LS라는 이름으로 새 길을 걸었고, 이 과정에도 잡음이 없었다.

구 회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추모 물결도 거세다. LG에서 일한 아버지를 따라 회사에 갔다가 구 회장을 만났다는 네티즌 A 씨는 “‘꼬마신사,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 다시 만나요’라면서 용돈을 주셨을 정도로 권위의식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LG에서 일하다가 외국 기업으로 옮긴 네티즌 B 씨도 “직원이라고 반말을 하신 적이 없고, 식당 직원에게 악수를 먼저 청하기도 하시고, 하급간부 직원한테도 웃으며 이름을 묻고 격려를 해주셨다”고 추억했다.

손기은·이관범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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