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현장 金 있었단 진술에도
구체적 반박없어 ‘거짓말 의혹’
증거훼손 우려에도 수사 미적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짓말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와의 ‘수상한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의원이 대선 전 드루킹 일당의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 방문해 댓글 추천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다는 진술에 이어 김 전 의원이 이 자리에서 100만 원의 금일봉을 드루킹에게 건넸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경수-드루킹’ 커넥션 의혹이 짙어지고 있어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

드루킹이 이끌었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은 2016년 10월 김 전 의원이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본 후,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드루킹에게 줬다고 21일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드루킹이 조선일보에 보낸 옥중편지에서 김 전 의원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한 후 관련 진술도 이어지고 있다.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이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둘리’ 우모(32) 씨는 2016년 10월 느릅나무출판사에서 김 전 의원 앞에서 킹크랩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직접 시범까지 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킹크랩 시연 현장엔 드루킹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솔본아르타’ 양모(34) 씨 등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리와 솔본아르타는 드루킹이 이끌었던 경공모의 핵심 멤버이자 지난 3월 22일 드루킹이 느릅나무출판사에서 긴급체포될 당시 함께 잡혀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경공모의 핵심이었던 둘리와 솔본아르타 모두 드루킹이 옥중편지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김 전 의원이 킹크랩의 존재를 대선 전부터 알았다고 진술하면서 김 전 의원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추천수 조작을 “몰랐다”고 한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한모(49) 전 보좌관이 김 전 의원과는 별도로 2017년 2월 느릅나무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을 챙겨봤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 전 보좌관은 드루킹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고, 드루킹에게 오사카(大阪) 총영사직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의 진술과 주장이 연이어 나오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킹크랩 시연 등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현장 검증을 하는 등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찰 수사가 알려진 후 경공모 회원의 증거 인멸 정황이 계속 드러났고, 현재도 수사 기관이 느릅나무출판사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 아니다. 또 김 전 의원 측이 관련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의 통신 기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아직 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사건 축소 의심을 받았고,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이 커짐에 따라 지금이라도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달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드루킹 일당이 대선 이전 댓글 조작을 펼친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 2만 건에 대한 조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선 전부터 댓글 조작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먼저 입증돼야 김 전 의원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묵인 혹은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를 확대할 수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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