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시간外 온라인 서면 접수 15% 달해

소송지연 목적 악용하기도
재판공전 부추겨 비용 늘려


현재 법원이 형사사건 외에는 24시간 전자소송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지만, 이 같은 편리함에 편승한 업무시간 외 온라인 서면 접수가 늘어나면서 재판업무에 상당한 지연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일이 임박한 야간이나 당일 새벽에 제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판 공전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소송 비용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원행정처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 4월 1일부터 한 달간 온라인으로 서류를 접수한 전체 건수 6만1286건 중 9123건(14.9%)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인 업무시간 외에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야간·새벽 접수가 변론 기일 직전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민사소송규칙상 새로운 공격방어 등이 포함된 준비서면은 변론 기일 7일 전에 제출해야 하는데 권고적 효력만 있는 훈시 규정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경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전날 야근해가며 사건 기록을 검토해놨는데, 자고 일어나면 새벽에 새 서면이 제출돼 있어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갑자기 재판을 미룰 수도 없어서 일단 기일을 진행해야 하지만, 법정에서 다음 기일을 잡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급하게 제출된 서면이 상대방에 송달되지도 못해 방어권 행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 당일 변론은 흐지부지 끝나고 속행하는 식으로 재판이 공전·장기화하기 일쑤라는 비판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도 당일 법정에서 상대편 변호사가 새로운 의견서를 내놨다는 얘기를 들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판사는 “판사가 서면 내용을 오래 곱씹어보지도 못한 채 법정에 나가면 결국 (임박하게 접수한) 해당 당사자의 변론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셈”이라면서 “소송 당사자들 중에는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은데, 결국 재판을 장기화하고 소송비용만 늘려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업무시간 외 온라인 접수를 막거나, 근본적으로 임박하게 제출된 서면을 ‘단호하게’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민사소송법에 실기(失機)한 공격방어 방법을 각하하도록 하는 등 소송당사자의 변론 준비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웬만하면’ 눈을 감아 주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미국에서는 당일 제출한 서면을 판사가 그 자리에서 찢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변론이 완전히 끝난 후 판결 선고 전에 제출하는 ‘참고서면’들에 대해서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의 또 다른 판사는 “상대방의 반론 등 구두로 설명이 필요한 새로운 주장들이 담긴 내용의 서면을 ‘참고서면’이라면서 결심(結審) 공판 후에 제출하면, 상대방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선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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