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타워 난간에 둥지 튼 ‘황조롱이’ 새끼 낳도록 직접 돌봐
“국가와 사회위해 희생한 사람에 보답”…‘LG의인상’ 만들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연’과 ‘인간’이다. 그는 사업에선 냉혹한 승부사였지만 평소에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모습으로 인간과 자연을 중시하는 기업 가치와 철학을 실천했다. 그룹 경영만큼이나 공익 활동을 중시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를 몸소 보여줬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www.koobonmoo.pe.kr)에는 개인적인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구본무 스토리’란 메뉴 아래 ‘자연과 나’라는 게시판에서는 구 회장의 취미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구 회장은 재계 총수로는 드물게 취미로 ‘탐조(探鳥)’를 즐겼다. 탐조는 자연에 있는 새가 놀라지 않게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구 회장이 새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중학교 때 뒷산에 올랐다가 다친 새 한 마리를 치료한 일이다.

유별난 새 사랑에 대한 일화도 많다. 구 회장은 평소 서울 LG트윈타워 30층 집무실에서 탐조용 망원경으로 밤섬의 철새들을 지켜보곤 했다. 1999년 LG트윈타워 꼭대기 난간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한 쌍이 구 회장의 각별한 보살핌 덕에 무사히 새끼를 낳은 얘기도 유명하다. 당시 LG 측은 황조롱이의 산란을 돕기 위해 사옥 전체에 ‘특별보호령’을 내리고 창문 차양막을 설치했다.

탐조는 전문가 수준이다. 구 회장이 날아가는 모습만 보고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는 새가 15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을 국내 최초로 발견해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알리기도 했다. 2000년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LG상록재단에서 조류도감 ‘한국의 새’를 출간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조류도감을 국내에도 보급하기 위해서다. 당시 구 회장은 책 기획부터 발간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새뿐만 아니라 숲과 나무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2010년에는 “후대에 의미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뜻에 따라 경기도 곤지암에 5만여 평 규모의 ‘화담숲’을 조성했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으로, 구 회장의 아호(雅號)다.

그는 선대의 인화(人和) 정신을 계승해 사회적 책임도 다했다. 구 회장의 ‘자연사랑’은 1997년 사회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을 설립하면서 실현됐다. 설립 취지는 ‘자연환경 보호와 자연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다. 주된 활동은 조류보호 사업, 새집 달아주기, 철새 먹이 주기, 새 인공둥지 지원 등이다.

LG복지재단은 2015년부터 ‘LG 의인상’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한테 상을 주고 있다. 이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의중을 담은 것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소방관, 경찰관, 고교생, 크레인 기사 등 총 72명이 상을 받았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에는 사재를 털어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의 유가족에게 위로금 1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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