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을 올라갈 때는 비현실 같았는데 여기는 현실처럼 느껴진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의 이창동 감독은 19일(현지시간) 영화제 폐막식에 앞서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와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단체로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해당 영화제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에 시상한다.

‘버닝’의 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에서 역대 최고인 3.8점을 받는 등 호평이 쏟아지는 분위기에서 상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국 최고 권위의 영화전문지 사이트앤드사운드의 닉 제임스 편집장은 폐막식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11편의 최고 영화를 꼽으며 ‘버닝’을 1위에 올렸다. 그는 “전 세계에서 이창동보다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은 없다”고 극찬을 내놨다.

이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시상식이 열릴 때 이미 본상 수상 실패를 알고 있었다. 칸영화제 측은 폐막식 당일 오전에 수상권에 오른 감독에게 사전 통보를 한다. 하지만 그는 홀가분한 듯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며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함께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버닝’은 또 신점희 미술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벌컨상을 수상하며 영상미도 인정받았다. 벌컨상은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가운데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번외’ 상으로, 한국인의 수상은 ‘아가씨’(2016)의 류성희 미술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올해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이 수상해 아시아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심사위원 대상은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이 받았으며 레바논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폴란드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콜드 워’로 감독상을 거머쥐었으며 ‘도그맨’의 마르첼로 폰테와 ‘아이카’의 사말 예슬리야모바가 각각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각본상은 이탈리아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와 자파르 파히니 감독의 ‘쓰리 페이시스’가 공동 수상했다.

칸영화제는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의 책’에 이례적으로 특별 황금종려상(Special Palme D‘or)을 안겼다.

칸=글·사진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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