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55) 대통령이 야당 유력 후보가 빠진 대선에서 승리했다. 미국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던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1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나라를 떠난 상태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2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67.7% 득표로 6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했다. 이날 오전 카라카스 투표소가 열리자마자 부인, 측근들과 함께 투표한 마두로 대통령은 “민중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재선 임기는 내년 1월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공정성 등을 이유로 20여 개 정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다. 분열된 야권 진영에서 엔리 팔콘 전 라라 주지사, 하비에르 베르투치 목사 등이 출마했지만 표가 분산됐다. 2위인 엔리 팔콘 전 라라 주지사의 득표율은 21.1%로 그쳤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대선 투표율은 46.1%로 집계됐다. 2013년 대선 투표율인 80%에 비하면 미약한 수치다. 팔콘 전 주지사는 선거 직후 “대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며 연말 재선거를 요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자축과 달리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트위터에서 “지금 베네수엘라를 지켜보고 있다. 엉터리(sham) 선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이 세계에 제공할 게 정말 많은 나라인 베네수엘라를 국민이 운영하길 바란다”며 “정부는 조슈아 홀트를 석방하길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적의 홀트는 미결수로 2년째 베네수엘라 유치장에 수감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외교부 장관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도 “미국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번 베네수엘라 조기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한 바 있다.

당장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금지 등 추가 경제제재를 단행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앞서 설리번 부장관은 원유 제재에 대해 “매우 중요한 단계”라며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18일 베네수엘라 집권당인 사회당 디오스다도 카베요 수석 부대표와 배우자, 형제가 미국 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건물을 봉쇄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캐나다, 중남미 15개국도 이번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들 모두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선은 당초 오는 12월로 예정됐지만 친정부 인사로 이뤄진 최고헌법기관 제헌의회가 조기 대선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조기 대선 강행이 마두로 대통령 재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선 연기를 촉구해왔다.

김현아 기자 kimhaha@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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