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G 도약사례서 보듯
신속한 의사결정·과감한 투자
총수경영체제만이 갖는 이점
西歐 3만곳 성장률 따져보니
가족기업 21%, 전문경영 14%
“독단경영 리스크 최소화하고
기업가정신 장점 최대화해야”
‘재계 총수의 부음 뉴스 댓글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처럼 고인을 기리는 선플 (건전 댓글)로 도배된 것을 본 적이 있는가.’(네티즌 댓글 )
세상을 떠난 후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구 회장에 대한 ‘선플 신드롬’을 계기로 ‘가족 경영 체계’의 장·단점에 대해 이제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재평가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23일 “총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이 현재의 LG를 만들었다”며 “핵심기술이 없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20여 년에 걸쳐 투자하게 한 총수의 끈기와 결단이 없었다면 세계 1위의 반열에 오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 팀장은 “세계 1위에 오른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라며 “침체 일로에 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장기적 투자에 집중하는 가족 경영체제의 강점은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경제학계는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총수·가족 경영은 ‘단기 업적 주의’에 빠지기 쉬운 ‘대리인(전문경영인) 문제’를 최소화할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가족 경영은 ‘기업의 명예는 곧 가문의 명예’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자칫 오판이나 일탈 행위로 화를 불러오면 기업과 가문 모두 큰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 경영의 또 다른 강점으론 위기 시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적인 ‘파워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경연에 따르면 1962년 같은 해 창업한 미국 대표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K마트는 각각 총수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는데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마트는 2015년 미국 유력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했지만, K마트는 2002년 파산 신청을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마트의 몰락은 경영진이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단기성과를 위한 마케팅과 판촉 활동에만 집중한 결과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 기업 중 총수가 직접 경영해 온 산업 부품 업체 니덱은 오히려 신속한 인수합병(M&A) 결정으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1973년 3평짜리 회사로 출발했으나 1990년대 들어 매년 1건 이상의 M&A를 한 데 힘입어 지금은 계열사 140개를 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이 2005년부터 3년 동안 서유럽 기업 3만여 개를 조사한 결과, 총수·가족경영 기업의 성장률(21.5%)이 전문경영인 기업(14.9%)을 웃돌았다.
가족 경영 체제 역시 여느 지배구조와 마찬가지로 ‘리스크’가 상존한다. 총수의 독선과 독단으로 기업에 큰 위기를 초래하거나 사익 편취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경제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총수집단 스스로 구 회장처럼 ‘도덕 경영’을 견지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일명 ‘재벌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범·손기은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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