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찬순이 세 번째 작품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강 발행)를 내놨다. 총 11개의 단편을 수록한 작품집은,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품격 있는 문장에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다문화(多文化) 코드가 독자의 시야를 넓힌다.
표제작은 벨기에 브뤼셀의 악기박물관에서 비올라 다 감바의 저음에 사로잡혀 고속 열차를 놓친 공연기획사 간부가 주인공. 심야 완행열차에서 난민들과 뒤섞여 여행을 하며 세상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저음의 건강성을 경험한다.
‘테헤란 신드롬’은 저자가 레지던스 작가로 있었던 도시를 배경으로 한국문학이 다른 언어권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소통되는지를 성찰했다. ‘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는 디지털 문명에 인간의 운명을 내맡긴 2040년대의 풍속을 담았고,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는 포격 사건이 있었던 연평도에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에피소드를 전한다. ‘성북동 230번지’는 장소에 숨겨진 존재의 운명을 탐구하며 지적 추리의 재미를 선사한다.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한 문장으로만 이뤄진 작품으로, 구술 소설의 가능성을 탐색한 작가의 저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소설가인 주인공이 천변을 거닐다 선배 작가인 구보 박태원을 만나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통을 껴안는다는 내용이다.
박찬순 소설가는 방송국 PD를 거쳐 30여 년간 외화더빙 번역 일을 하다가 2006년 신춘문예에 당선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동안 펴낸 두 권의 소설집을 통해 그는 이국 문화에 대한 친연성과 더불어 세상의 구석에서 가혹한 삶을 견디는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소설집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들, 덧없는 존재들이 생의 가장 막막한 순간에 뿜어내는 지순한 숨결이었다. 그 고단하고 선량한 숨결에서 어느 찰나 언뜻언뜻 비치던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생명의 기미. 그것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지.”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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