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만 등 ‘화성인의 삶’ 체험
채널A 음악프로 ‘우주를 줄게’
밤하늘 별보고 노래하는 방식
TV 예능 프로그램의 끝은 어디일까. ‘무한도전’ ‘1박 2일’ ‘정글의 법칙’ ‘꽃보다 할배’ 등 변신과 파격을 거듭하던 예능이 드디어 우주까지 진출했다.
SF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우주과학 예능이 오는 7월 케이블채널 tvN의 전파를 탄다. 김병만(왼쪽 위 사진), 하지원(가운데), 구구단 세정(아래) 등의 출연이 확정된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예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우주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지의 우주란, 예능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었다. 다큐멘터리나 SF 영화의 배경이었지 예능의 테마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SBS에서 tvN으로 회사를 옮긴 이영준 PD가 오랜 준비 끝에 우주를 예능 안으로 품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최근 과학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화성탐사’를 골격으로 한다. 김병만 등 출연자들이 화성탐사 연구의 메카인 미국 유타주의 화성탐사연구기지(MDRS)를 방문해 과학자들이 하듯이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MDRS는 실제 화성탐사를 위해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연구하는 곳이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맷 데이먼이 화성에 홀로 남겨져 감자를 키우고 기상과 토양을 분석하는 것과 같다. 김병만 일행은 다음 달 미국으로 출국해 약 일주일간 머물며 ‘화성인’의 삶을 체험한다.
이 PD는 “언젠가는 우주과학 버라이어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SF 버라이어티를 하게 됐다. 여기서 SF는 사이언스 픽션(Fiction)이 아니라 사이언스 팩트(Fact)”라며 “약 3∼4개월간의 설득 끝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MDRS 촬영 허가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겉은 예능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내용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진지함과 전문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이 PD는 “MDRS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이해한 뒤에는 우리 출연자들에게 일반 과학자들처럼 정식 기수도 허가했다. 제196기로 들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진지한 우주 실험까지는 아니지만 우주 소재가 가볍고 편안하게 다뤄진 적은 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무한도전’에서다. ‘무한도전’은 방송 10주년 기획으로 2016년 초부터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방송했다. 처음엔 ‘암흑적응훈련’ ‘무중력 식사법’ 등을 재치있게 패러디해 보여줬고, 나중에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를 방문해 ‘무중력 비행’을 체험했다. 대형 수송기가 급강하할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무중력 상태를 느껴보는 적응훈련을 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13년간 이끌면서 스토리텔링이 탈탈 털린 기분을 지나 아예 건조기에 넣어 말려진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두렵고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하지만 검은 우주를 못 올라가 보고 정리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우주탐사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나영석 PD가 새로 론칭한 ‘숲 속의 작은 집’이나 채널A의 ‘우주를 줄게’(오른쪽 사진)는 우주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우주 예능으로 불릴 만하다.
‘숲 속의 작은 집’은 요즘 유행하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을 방송에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가공하지 않고 들려주는 것인데 의외로 인기가 높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안정을 찾고 싶은 심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지섭, 박신혜 등 출연자들은 마치 우주의 미아처럼 외딴집에서 세상 문명과 단절된 채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우주를 줄게’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다만 기존의 음악 예능보다 자유로운 형식을 띤다. 출연자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고 머리에 떠오르는 음악을 하는 식이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를 통해 예능에 첫발을 딛는 하지원은 “평소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제안받아 출연을 결심했다”며 “‘우주 예능’이라는 신개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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