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장면 눈에 들어와서
연기 보면 자꾸 부끄러워져
“제 연기를 보면 부끄럽고 고통스러워요.”
데뷔 4년차 배우 류준열(사진)의 고백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 ‘택시운전사’ ‘더 킹’ ‘침묵’ 등을 통해 충무로에서 더 인정받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그는 신작 ‘독전’(감독 이해영)에서 누군가를 뒷받침하는 배우가 아닌 오롯이 자기 두 발로 서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영화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최민식, 송강호, 정우성과 연기한 소감이 어땠나?”라고 묻던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류준열의 영화’로 대중 앞에 선 느낌이 어떤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여전히 제게는 과분한 칭찬인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제가 출연한 영화를 잘 못 보겠어요. 실수하고 아쉬운 장면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독전’을 찍으면서도 제게 주어진 몫을 꽉 채우려 노력했어요.”
‘독전’은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는 열혈 형사와 그에게 협조하는 마약 조직원의 합작을 그렸다. 류준열은 극 중 버림받은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그런데 이 인물, 꽤 소화하기 어렵다. 대사가 별로 없고 표정과 몸짓으로 주로 자신을 드러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갖고 있다. 그동안 류준열이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작은 감정의 진폭만 보이면서도 하늘과 땅을 오가는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했다.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한 캐릭터예요. 대사가 별로 없고 왜 이런 인물이 된 건지에 대한 전사(前事)도 없죠. 선과 악을 구분짓기보다는 락이라는 인물이 가진 외로움을 표현하려 했어요. 락이 가진 우울함과 허망함을 유지하려고 촬영 전 동료 배우나 스태프와 대화도 없이 혼자 있었어요.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독전’ 촬영 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죠.”
류준열은 ‘독전’에서 조진웅, 차승원, 고 김주혁, 김성령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견줬다. 극 중 모든 인물과 소통하며 합을 맞추는 유일한 인물이 락이다. 선후배로서는 더 없이 좋은 사이지만, 배우로서 류준열은 잡아먹히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조진웅 선배님이 지치지 않고 현장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 에너지가 부러웠어요. 김주혁 선배님은 정말 드라이(건조)하게 대본리딩을 했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180도 달라졌죠. 저 역시 그 모습을 감상하듯 넋 놓고 봤어요.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차승원 선배님의 리더십을 보면서는 ‘아! 베테랑이구나’ 했죠. 모든 선배님의 공통점은 제 의견을 달갑게 듣고 호응해주셨다는 거예요. 제게 주어진 책임이 많은 만큼 배운 것도 많은 현장이었죠.”
혹자는 류준열에게 ‘소처럼 일한다’고 말한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찍은 영화만 8편이다. 그 사이 ‘택시운전사’로 1000만 고지도 밟아봤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스스로를 좋은 작품의 일부분으로 놓고, ‘거들 뿐’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또 다른 작품을 찾는다. 그래도 대중이 그를 찾는 이유는 다양한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그를 ‘김밥천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친구들이 ‘얼굴이 김밥천국’이라고 하곤 해요. (웃으며) 김밥천국에는 정말 많은 메뉴가 있잖아요. 듣기 좋은 농담이에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더없이 큰 칭찬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에 걸맞은 배우가 되려 더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배우가 될 때까지 정말 쉬지 않고 소처럼 연기하려고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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