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빙상연맹 감사 결과

간부가 파벌 형성해 좌지우지
국가대표 선발 비정상적 진행
심석희에 여러차례 폭력·폭언

3차례 사임 전명규 前부회장
권한도 없이 연맹 업무 개입

징계 등 49건 감사 처분 요구
경기복 선정 의혹 수사 의뢰


한국 빙상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간부가 파벌을 형성해 전횡을 일삼고, 국가대표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심석희를 지도자가 여러 차례 폭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실시한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특정 인물이 빙상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권한도 없이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빙상계 파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명규(한국체대 교수) 전 빙상연맹 부회장은 2014년 1월 재임 당시, 사적인 관계망을 활용해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었던 A 씨가 중징계를 받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해 빙상연맹 부회장 직위에서 사임한 이후에도 정당한 권한 없이 외국인 지도자 B 씨의 계약 해지에 관여했으며 다른 외국인 지도자와 체력 트레이너 영입을 시도하는 등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했다. 전 전 부회장은 2017년 2월 부회장에 복귀했으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파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자 지난 4월 11일 사임했다. 그의 사퇴는 이번이 세 번째. 2010년엔 승부담합, 2014년엔 파벌 논란으로 물러났었다.

빙상연맹이 2017년 대표팀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를 특정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했던 정황이 감사에서 포착됐다. 용품 계약을 위해 운영된 태스크포스(TF)에서 경기복 및 후원사 교체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외부로 유출된 정황도 발견됐다. 빙상연맹은 휠라와의 계약이 2017년 4월 종료되자 휠라를 배제한 채 새로운 유니폼 공급 업체를 물색해 논란을 일으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에게 여러 차례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심석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천선수촌 격려 방문 전날인 지난 1월 16일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폭행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조 전 코치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폭언을 일삼았다. 선배 대표선수의 후배 폭행도 추가로 드러났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C가 해외 대회에 참가한 2011년, 2013년, 2016년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2명에게 폭행 및 가혹 행위를 가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확보됐다.

이번 감사에선 또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실시된 ‘한체대 출신들의 빙상장 별도 훈련’과 관련, 국가대표 선수들의 외부훈련 시 필요한 보고와 승인 절차 등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체부는 여자 팀추월 예선에서 특정 선수가 경기 종반부에 의도적으로 가속했다는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제2차관은 “다만, 작전 수립 과정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체육회가 조직 사유화 방지를 위해 상임이사회 제도를 폐지했으나, 빙상연맹은 상임이사회를 운영하며 국가대표 선발, 후원사 계약 등 주요한 업무사항을 결정했다. 빙상연맹이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 국가대표와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 선수 선발 시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를 토대로 징계 요구 28건(중복 포함·징계자 18명), 부당 지급 환수 1건 등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심석희 폭행 건은 16일 수사 의뢰했고, 경기복 선정 및 후원사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노 제2차관은 “스포츠계에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해있는 것, 정당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감사를 계기로 특히 폭행, 가혹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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