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하는 중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괴한 처신을 했다. 경총(經總)은 21일 돌연 최저임금 논의를 국회에서 최저임금위원회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요구해온 것으로, 경총이 이들과 입을 맞추면서 친노(親勞)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현 정권의 노·사 구도가 아예 노(勞)일변도로 바뀔 지경에 처했다. 여야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데 합의하고 숙식비 등 남은 쟁점을 조율 중이다. 경총 행태는 국회 협상 노력에 대한 훼방이고, 회원사들에 대한 배임도 된다.

국내에선 연봉 4000만 원을 훌쩍 넘는 대기업 근로자까지 최저임금을 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상여금 등을 넣어 정상화하면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다소나마 해결된다. 경총이 오래 전부터 입이 아프게 주장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경총은 22일 “국회 논의안은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기존 입장과 상반된 논리다. 산입범위 조정은 최저임금위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8개월간 논의했지만 노동계 반발로 손을 든 사안이다. 최근 위원을 전면 재구성한 최저임금위는 더욱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양 노총의 속내는 산입범위 확대 논의를 다시 유야무야하면서 내년도 인상률을 높게 가져가려는 것으로 읽힌다. 경총이 여기에 박수를 쳐준 셈이니 같은 사용자 대표인 중소기업중앙회는 물론, 경총 내에서도 ‘배신’ ‘배임’ 성토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은 노동정책을 비판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책을 당한 끝에 밀려났다. 그 자리를 이은 송영중 부회장은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으로, 경총 역사에선 유례가 없다. 애초부터 친노동, 친정부 성향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정권 코드에 맞추려다 정작 회원사 고충을 대변하는 역할은 저버리고 ‘노총 2중대’로 행세하는 조직이라면 없는 게 낫다. 해괴한 행태를 넘어 정상적 시장경제 구도 자체까지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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