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 신분 벗어나야’판단한듯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3일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사표를 내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태 전 공사는 남북 대화 국면이 펼쳐진 이후 자신의 행보가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통일부와 연구원 등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전날 오후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저술활동과 언론 인터뷰 등이 남북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연구원 핵심 관계자는 “얼마 전에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태 전 공사를 비난하면서 우리 연구원의 이름을 적시했는데, 태 전 공사가 연구원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조직에 너무 미안해했고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더 남아 있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며 “자서전 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대외 활동을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원 소속이 아니고 좀 더 자유로운 신분이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5일 출간한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생계를 위해 빵집을 여는 문제까지 고민하던 차에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주었다. 더 이상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부인과 아들 2명을 데리고 한국으로 망명한 태 전 공사는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출간하고 국회에서 강연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북한은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면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는 것을 방치해 놓고 있다”며 태 전 공사를 겨냥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남북관계나 과거 사례 등을 볼 때 태 전 공사의 대외활동이 완전히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상임고문으로 있었던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전화 도청과 해외여행 금지 등 철저한 통제 속에서 활동을 제약받았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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