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 전문가 좌담 - ① 교육·과학·산업·규제분야
좌담 : 정원석 하큐 CEO
정선호 인토피아 대외협력 실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회 : 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문화일보는 올해 초부터 미래 기획 리포트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변화상을 점검하고 이러한 변화 흐름에 대한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적 대응, 개개인의 각성 그리고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대해 방대하게 논의를 전개했다. 많은 필자가 참여,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했고 또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4차 산업혁명 변화상을 광범위하고도 밀도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전문가 좌담 형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좌담은 교육·과학·산업·규제, 정치·정부·외교안보, 사회·문화·노동 등 3회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현업에서 뛰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을 참여시켜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회(유회경 차장): 미래 기획 리포트 교육·과학·산업·규제 분야 좌담회 사회를 맡게 된 경제산업부 유회경 차장입니다.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중에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안녕하세요.
△유: 먼저 교육 문제부터 다뤄볼까요.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적 측면에서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코딩 교육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게 되면 정부에선 이를 우선 초등 교육과정에 넣게 된다. 2~3년 후에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교사들에게 코딩 교육 관련 연수를 실시해 코딩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코딩 내용이 완전히 바뀐다. 프로세스상 아무 문제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코딩 교육을 위한 코딩 교육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것은 시장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딩 교육은 정말 정부가 안 했으면 좋겠다.
△유: 만일 교과 점수가 매겨지면 사교육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정제영: 정부가 교육과정에 넣으면 모두가 해야 하니까 사교육이 생긴다. 모두가 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 인정해주면 된다. 정부가 필요한 이들에게 바우처를 주는 방식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영이 중요하다고 해서 학교에서 교육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수영 사교육이 증가한다. 학교에서 하면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게 모든 부모의 생각이다. 공급자 중심의 정부가 다해줄 수 있다는 정부 만능주의가 문제다.
△정원석 하큐 CEO: 교육 해법을 사교육, 공교육 두 분야로 나눠 접근하는 게 문제다. 공교육은 모니터링에 특화됐고 사교육은 이노베이션에 특화됐다. 코딩 교육이라면 차라리 교육부가 돈을 들여 전국 학교에 관련 교사를 채용하거나 양성하기보다는 학교와 해당 지역 컴퓨터 교육시설을 제휴시켜 학원이 디지털 교육 실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선생님들은 관리 위주로 가야 효율적인 것 같다. 항상 이분법적으로 보니까 공적 영역은 공적 프레임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사적 영역은 매사가 제한이라고 불만이다. 상호 간 소통이 없으니까 결국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정제영: 대학의 경우 정부가 등록금을 규제하면서 평가를 통해서 재정 지원을 한다. 쓰는 방식과 용도가 규제되기 때문에 대학 시스템이 획일화된다. 자율적인 시스템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안전한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획일화되고 창의성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교육 평가 방식은 맥시멈 설정이다. 마치 유리천장 같다. 수능만 해도 범위가 정해져서 그 이상의 것은 불필요해진다. 더 뛰어난 아이들이 수능 범위를 뛰어넘지 않고 수학의 정석만 무한 반복해서 푸는 식이다. 수능 체제에서는 더 이상 공부할 이유가 없어진다. 획일적 규제에 의한 수월성을 억압하는 측면이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대학원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있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매번 느끼는 것이 젊은 세대가 창의적이지 못하고 이해력이 더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많은 사교육을 받고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고 했지만 새로운 분야 지식 습득 능력에선 오히려 40~50대 점수가 늘 높은 편이다.
△정제영: 요즘 유행하는 축적의 시간과 통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독서실 세대, 자율학습 세대는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고민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완전 주입세대다. 이는 창의성을 축적할 시간이 없었다는 의미다.
△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가.
△정제영: 학교에 자율권을 많이 부여해야 한다. 미국에선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이외에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알아서 짠다. 우리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진도를 나가자는 것이다. 사실 공부는 예습과 복습인데 예습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나. 평균주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수월성 교육의 핵심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집에 돈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정부 지원을 받는 방식이어야지 정부가 다 끌어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정선호 인토피아 대외협력 실장: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무성하지만 많은 청년이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곤 한다. 1년 전 어떤 고등학생을 만났는데 3D 프린팅 작업을 하고 싶어 찾아봤는데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학교 혹은 공공기관에서 관련 기술이나 장비를 제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안: 중요한 문제다.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우리 딸은 3세 때부터 유튜브 검색으로 필요한 지식을 얻어 놀랜 적이 있다. 이러한 습성을 잘만 살려줘도 자연스럽게 청년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12세 아이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프린터를 만들어 반도체 인텔의 도움으로 창업하는 일도 실제로 있었다. 가능성만 놓고 보면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실체는 없고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 숫자적 성과에 대한 집착도 크다. 전국 동사무소에 3D 프린터 몇백 대를 조성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관리자는커녕 재료도 없고 먼지만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관리 문제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제영: 우리나라에선 정책 발표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심한 것 같다. 실행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이 없다.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죽 간다. 학자들끼리 농담으로 3일 동안 정책 세워 3년 디펜스한다고 말하곤 한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급해 그냥 짜깁기해 3일 만에 발표한다. 하지만 정책 실행 과정에서 발표 내용을 주워 담지 못하기 일쑤다.
△안: 이런 점에서 영국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코딩 교육을 처음 전국 단위 교육 과정에 넣은 국가가 영국이다. 3D 프린터도 영국에서 처음 교과과정에 넣었다. 그런데 정책 결정 과정을 보면 영국은 특이하게도 엔드 스테이지부터 간다. 데이터가 앞으로 중요한데 그건 회사가 쌓을 수 없으니까 공공기관 중심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오픈하기로 한다. 그러면 데이터를 쓸 사람이 필요한데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학과 교육, 직업단계 교육 등 투 트랙으로 간다고 해서 코딩 교육을 교과 과정에 집어넣게 됐다. 3D 프린터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해 해외 노동자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니 3D 프린터를 활용한 적층제조로 제조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당장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에서 3D 프린터 재교육을 강화했고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시범적으로 3D 프린터 교육을 시작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3D 프린터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정책, 교육정책, 혁신정책이 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같이 돌아간다.
△유: 현재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정부 지원이 적지 않은데 시장에서 성공하는 벤처 기업은 드문 것 같다.
△정원석: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을 보면 너무 형평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평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오히려 무임승차 가능성을 높이고 창업 성공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한다. 골고루 나눠주되 잠재성이 높은 스타트업은 확실히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비용을 너무 의식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역설적으로 무임승차 여건이 더 많아진다.
△안: 실리콘밸리에서 날고 기는 벤처 캐피털의 성공 확률이 2~3%다. 2~3% 기업이 나머지 손해를 메꿔준다. 먹튀는 적은 금액으로 조금씩 나눠줄 때 더 많이 발생한다. 큰 금액일수록 시장 견제, 동종업계 견제가 심해 먹튀가 더 발생하지 않는다. 소액 보조금을 많은 기업이 나눠 먹을 때 더 위험하고 무임승차가 늘어난다.
△정제영: 행정 단계로 보면 수치 지표도 없던 시절 방만 행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게 양적 지표다. 노무현 대통령 때 완성됐다. 이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기인데 여전히 양적 지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평균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정원석: 스타트업을 하면서 모 사립대학 창업지원단에서 첫 지원을 받았는데 평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과 매출이었다. 업 특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령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데이터 해킹은 이런 기준을 들이대면 인정받지 못한다. 고용이 적기 때문이다. 당시 스타트업 평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일반 의류유통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의류를 직접 들고 날라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한 위성 사업은 인력 한 명에게 월 800만 원을 줘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줘서는 도저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에선 인당 150만~300만 원을 표준 급여로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스타트업을 보면 민란 직전이다. 수평규제가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적당한 법이 없으면 비슷한 법을 적용받으라고 한다. 에어비앤비엔 숙박업법이 적용되고 네이버에는 일반 통신 관련 법률이 적용된다. 법을 새로 만들든가 규제하지 않아야 한다.
△유: 정부에선 벤처 창업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원석: 친구 중 한 명이 미국에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투자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웃긴 것은 모든 상품 개발은 한국에서 한다. 우리나라 컴퓨터공학과 석사는 싸니까. 마케팅, 투자 등은 중요하지만 규제가 심해 실리콘밸리에서 한다. 스탠퍼드대 출신들을 데려와서 돌린다. 나도 지금 벤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쉬운 것은 한국에서, 어려운 것은 미국에서 하자는 원칙을 만들었다. 쉬운 것은 표준화해서 처리하면 된다.
△안:창업 규제가 심각한 편이다. 총리실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다고 목소리는 높이고 있지만 이는 주로 명문화 규제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창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행정 관행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뭘 해달라고 하면 ‘이건 나 모르는데, 선례가 없어요’ 한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구를 만들어 승인해 달라고 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오면 해주겠다고 한다.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래놓고 식약처는 왜 창의적 바이오 기업이 안 나오냐고 푸념한다. 그래서 아예 외국으로 간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우리나라는 결국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를 우리 사회가 너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yoology@munhwa.com
정리=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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