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특조단 보고서 검토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사법부 내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협조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29일 “검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질 경우 사법행정 시스템 등이 낱낱이 공개됨에 따라 사법부가 향후 30년간 검찰 등 외부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례 없는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다. 검찰은 지난 주말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당장 강제수사에 나서진 않지만, ‘양승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심 사례에 직권남용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미 시민단체 등의 고발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 배당돼 있다. 다만 당사자인 법원이 세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서도 형사조치를 취할 만한 사안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직권남용 등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특조단 역시 “형사적 조치를 취할 만한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특조단은 “판결 자체를 의도적으로 했다기보단, (재판)결과를 보고 취합해 특정 의도로 사용하려 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상고법원 제도 추진을 위해 청와대에 협조를 구하려고 한 것은 맞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재판 결과를 훼손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특조단 활동의 시발점이 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경우에도 판사 동향을 파악한 문건은 발견됐지만, 이를 통해 인사상 불이익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이 문제 되는 대다수 문건이 실행되지 않고 검토 단계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정우·정유진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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