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넘긴 ‘문재인 경제’가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은 28일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생산·투자 등 경제지표에 줄줄이 적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취약계층 소득이 1년 새 급감했다. 고용 실적도 쇼크 수준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기본전제부터 무너진 상황이라 문 대통령 발언은 자기반성으로 들릴 법하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선 미세 조정을 주문했을 뿐, 기조 변화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문 대통령도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니, 어느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소득주도성장이 파탄 난 것은 1년 성적표로 명확히 드러났지만, 이를 퍼뜨린 청와대 참모들은 여전히 뜬구름 같은 탁상공론에 빠져 있다.

무기력한 산업 현장은 또 다른 위기다. 제조업의 심장인 울산·창원은 자동차·조선 등 주력 업종 부진으로 ‘러스트벨트’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12개 핵심 기술 경쟁력은 한국 100 대 중국 108로 추월당했다. 기업을 몰아세우는 사이 현재는 물론, 미래 경쟁력까지 이처럼 급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17일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경쟁국들은 뛰어가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에 공감하지만, 문 대통령부터 혁신성장에 절실한 규제혁파, 노동개혁, 공공혁신을 위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실천 없이 당위만 내세운 유체이탈 화법 아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린 개정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갈 길이 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부터 합리적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오류를 바로잡아가야 한다. 문 정부엔 이제 혁신성장 외에 대안이 없다. 하지만 28일 소상공인 적합업종이 법제화됐고, 고용노동부는 정상화 노력 중인 한국GM에 직고용 명령을 내렸다. 혁신성장 걸림돌을 해소해도 부족할 판에 외려 장벽을 치고 덫을 놓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론 지난 1년 실패의 확대재생산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도 강조한 ‘혁신성장 속도전’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