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를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대법원장은 29일 오전 출근길 대법원 청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하나의 대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서 최종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보고서 내용과 여론 등을 모두 검토해 결정한 후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는 지난해 2월 말 시작됐다. 1년3개월간 세 차례 조사가 진행됐지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필요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추이가 주목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판사 사찰 문건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조단은 두 차례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의혹에 대한 질의를 보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작성에 관여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문건을 보고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조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람을 명확히 따지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조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출근길 취재진에게 특조단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세월호 사건 재판 관할 배정에 대한 문건을 조사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안 처장은 “세월호 문건의 내용은 사고가 발생한 목포지원이 규모상 큰 사건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광주지방법원이나 인천지방법원이 관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며 “사법행정의 정상적인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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