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개국,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2018 세계등대총회’(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총회 행사 중 하나인 ‘등대유물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등대 램프들을 살펴보는 모습. 김낙중 기자 sanjoong@
- ‘2018 세계등대총회’ 인천서 개막
항로표지 표준기술 제정하고 각국 협력 ‘안전한 바다’목표
2020년까지 도입될 ‘e 내비’ 표준 선점·新산업 창출 기대 GPS 대체 ‘e 로란’개발 선도 “4차산업 전반에도 활용될것”
‘2018 세계등대총회’(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콘퍼런스)가 69개국,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27일 7일간의 일정으로 인천에서 막을 열었다. ‘등대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세계등대총회는 전 세계 항로표지(航路標識) 표준기술을 제정하고, 회원국 간 협력을 증진해 안전한 바다를 만들자는 취지로 89년 전인 1929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국제회의다. 4년에 한 번씩 대륙 간 순회 형식으로 열리는 회의로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개최했다. 올해 총회의 주제인 ‘성공적인 항해, 지속 가능한 지구-하나 된 세상에서 새 시대를 열어가는 항로표지’에 걸맞게 다양한 항로표지 분야 신기술과 정책 방향 등이 논의되고 있다.
◇ 별자리와 등대…바다 위 길잡이 항로표지 = 항로표지는 말 그대로 배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배가 다니는 길에 설치한 시설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바다 위 ‘길잡이’나 ‘신호등’인 셈이다.
과거에는 별자리, 산, 곶, 섬 등 자연 지형지물이나 횃불, 봉화, 꽹과리 같은 단순 시설물이 뱃길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산업 발달로 항만과 선박이 대형화하고 세계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좀 더 정확하게 배의 위치를 알려주는 시설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불빛과 형상을 이용한 등대와 부표, 악천후 시 뱃고동 같은 소리를 내는 무(霧)신호, 전파의 성질을 이용한 전파표지, 조류 및 기상 등의 상태를 측정해 선박에 직접 전달하는 특수신호표지 등이다.
수 세기 동안 세계 곳곳에서 선박 안전을 책임지던 이들 항로표지 시설은 디지털 전자장비로의 대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적의 잦은 나포, 911 사태와 같은 테러의 위협, 해상사고의 주원인인 인간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더 정밀한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첨단 통신기술의 발달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 e-내비게이션·e로란까지…세계는 지금 신(新)항로표지 개발 전쟁 중= 대표적인 항로표지 분야 최신 기술은 바로 ‘e-내비게이션(e-Navigation)’이다. e-내비게이션은 선박운항관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차세대 해상교통안전 종합관리체계로 선박과 육상에서 해상 관련 정보를 수집, 통합, 교환, 표현 및 분석하는 전자시스템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해상에 적용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e-내비게이션을 통해 해역 상황 인지, 최적의 안전항로 지원, 선내 시스템의 원격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환경보호, 해상안전 및 해운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 e-내비게이션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등대총회에서도 회원국들이 e-내비게이션용 해상통신망, 보안기술, 정보표준 등의 개발 결과와 테스트베드 시험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인 ‘스마트 내비게이션 사업’을 추진 중으로 국제표준 선점과 신산업 창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29일 총회 행사장에서 만난 한수미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단 연구원은 “IMO는 대형선박용 e-내비게이션에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사고의 70∼80%를 어선·연안 소형선이 차지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 이들 어선에 대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우리나라 해상 환경에 최적화된 새 시스템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보가 오가는 도로가 잘 뚫려야 하기 때문에 초고속무선통신망이 발달한 점도 한국형 e-내비게이션 개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에서 보낸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e로란’(eLoran·Long Range Navigation)도 e-내비게이션과 더불어 최첨단 항로표지 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독자적 정밀항법시스템이 없는 나라들은 대부분 미국의 GPS에 의존하고 있다. 선박도 마찬가지다. GPS는 지하를 제외한 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용하는 전파 특성상 외부환경에 의해 장애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일간의 GPS 고장이 영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52억 파운드(약 7조2000억 원) 규모로 분석하기도 했다. 박상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공공기술연구 본부장은 “전파교란 때문에 그물을 내려놨던 위치를 못 찾기도 하고, 선박 위치가 뜬금없이 육지에 표시되기도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전파교란 시 선박이 북한 해역으로 올라갈 우려도 있어 GPS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할 시스템의 개발이 시급했다”고 우리나라가 e로란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e로란은 지상에서 2만5000㎞나 떨어진 곳에서 내려와 지상에 닿을 때쯤엔 출력이 미미해지는 위성 신호와는 달리 지상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파교란 가능성이 낮다.
박 본부장은 “e로란의 구축이 완료되면 실시간으로 항법시스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 자율선박과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 전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총회에 참석한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특히 우리나라 e로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운열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은 “이번 등대총회에서는 e-내비게이션과 독자적 지상파 정밀항법시스템 구축이라는 두 가지 큰 변화 물결을 만날 수 있다”며 “이 밖에 선박관제시스템(VTS)의 발전 방향, 남극대륙에서의 항로표지용 자동식별장치(AIS), 항해 위험평가 관리, 진보된 발광다이오드(LED) 등명기 개발, 드론 활용 등 새로운 개념의 항로표지 관련 정책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