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罪 엄벌하되 기업 피해 줄여야”

檢·警 등 여론몰이식 압박
외화반출 제보에 수색 허탕
의욕 앞서다 무리수 두기도

“부처끼리 보여주기식 경쟁
처벌하더라도 기업가치 존중”


모두 11개 정부기관이 대한항공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 조사, 주주 권한 행사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서 촉발된 대한항공 사태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문제가 있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조치는 당연하지만, 한 기업에만 집중된 ‘범정부’의 전방위 대응을 두고 재벌 개혁을 앞세운 ‘여론몰이’ 식 압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조 회장 일가에 법적 과실이 있다면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이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키로 하고 대한항공에 대해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2대 주주다. 교육부는 같은 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관련 사항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미국에서 2년제 대학을 다닌 뒤 1998년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바 있다.

현재 조 회장 일가와 대한항공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정부기관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 5곳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총 11곳이다. 11개 정부기관이 민영기업과 대주주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침에 따라 크게 상관없는 정부 부처까지 나서서 ‘보여주기’ 식 압박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면서 “조 회장 일가가 법적 과실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 압박으로 기업 가치가 손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무리수도 일부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16일 40여 명의 직원을 동원해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4번째 압수 수색을 실시했으나 허탕을 쳤다. 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A&M 피셔’라는 페이퍼컴퍼니(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며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를 통해 외화를 빼돌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압수 수색을 벌였지만, A&M 피셔는 항공기 기내식 땅콩을 제공하는 정상적인 회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 사장의 부정 편입학 건 역시 20여 년 전(1998년) 교육부에 의해 조사가 완료된 것이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대한항공 일반노조가 최근 노조 명예를 실추했다며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박창진 사무장을 제명한 이후, 대한항공 일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는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민주노총이 대한한공직원연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