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외손자와 밖에서 서너 시간을 보낸다. 동네 골목을 빙빙 돌고, 놀이터 그네를 타고, 지하철 투어도 한다. 아홉 살 손자는 또래보다 성장이 느려 집을 나서면 안전과 대소변 가려주기가 우선이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서지만, 몸짓과 낯빛이 달라지면 눈여겨 봐둔 공중화장실로 손자를 이끈다. 뻗대는 손자를 이기지 못해 불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성공한다. 대변일 경우 동네 화장실은 양변기 숫자가 적어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 양변기가 막혀 이용할 수 없거나 빈자리가 없으면 나까지 지리는 듯 급하다. 이럴 땐 양변기 하나가 화장실 1개소와 맞먹는다.

항시 개방해 ‘화장실 인심이 넉넉한’ 우리 동네 대형 건물의 안면 있는 청소 아주머니, “막힌 변기를 뚫다 보면 뭉텅이로 버린 휴지와 물티슈, 빨대, 종이컵, 라이터, 양말까지 별의별 것들이 다 나온다”며 “어떻게 이런 것들을 넣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콧등에 송골송골한 땀을 훔친다.

정부는 올해부터 ‘휴지통 없는 공중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지는 20초 정도면 물에 풀어지므로 굳이 휴지통을 칸칸이 놔둘 필요가 없다는 시범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용변 묻은 휴지를 보지 않으니 이용하는 시민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변기 막힘의 원인물질 1위는 ‘휴지’라는 관련 종사자의 지적이 있는 만큼 많은 양의 휴지를 한꺼번에 흘려보내지 않는, ‘사라진 휴지통’에 걸맞은 이용 문화가 아쉽다.

노청한·서울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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