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金 ‘조선반도’‘단계적’ 강조

韓美훈련 축소·중단 요구하며
美핵자산 전개 금지 명시 원해
비핵화 시점별 양보 얻기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의 의지’와 ‘단계적 문제 해결’을 언급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논의해 온 비핵화 구상의 차이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런 차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측의 ‘복수의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김 위원장이 강조한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포괄적·일괄적 타결’의 차이를 줄이지 못할 경우 비핵화 협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전날 김 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면담에서 밝힌 비핵화 관련 발언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관되고 확고한 의지’와 ‘각자의 이해에 충만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그동안 미국 측이 제기해온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단계적 조치를 강조함으로써 판문점 의제 관련 실무회담은 물론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보다 많은 양보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선제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것도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핵우산 등을 매개로 단계적 비핵화나 추가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1차 북핵 위기 당시부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비행기·함선의 한반도 출입·통과·방문 금지 △핵우산 보장 조약과 핵무기의 저장·배치 금지 △핵무기가 동원되는 군사훈련 금지 등을 요구하며 주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응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자산 전개, 핵우산 보장 철폐 등을 요구하며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이를 논의하기 위한 추가 회담 요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의미에 대해 (미·북 간) 유사성은 있지만 차이가 발견된 것 같다”며 “일부 차이점은 정상회담 이전에 합의가 안 되더라도 괄호로 놔두고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아마도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미·북 정상회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과감한 비핵화 초기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 조치 합의가 이뤄진 뒤 세부적인 추가 조치 합의를 위한 2차,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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