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의 한 직원(오른쪽)이 지역 내 북창동의 한 커피점에서 커피 원두에서 커피 원액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인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청의 한 직원(오른쪽)이 지역 내 북창동의 한 커피점에서 커피 원두에서 커피 원액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인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 서울 중구, 4월부터 사업 본격화… 年 12% 줄이기 시동

週 3회 커피매장 돌며 수거
처리장 거쳐 퇴비로 재탄생
품질 좋고 악취도 없어 호평
업체들 종량제 봉투비 절감

원단조각은 고형원료 만들어
좋은 실은 뽑아 장갑으로도
새 의류수거함 40곳에 설치


지난 1일 저녁 서울 중구 북창동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생활쓰레기 수거 업체 직원이 매장에 들어서자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 흑갈색 가루로 가득한 투명봉투를 내밀었다. 그 정체는 ‘커피박(coffee waste)’이었다. 커피박은 커피 원두에서 커피 원액을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을 가리킨다. 봉투를 건네받은 업체 직원은 차량에 실린 수거통에 커피박을 쏟아붓고는 다음 매장을 향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날 저녁 내내 수거된 커피박은 중구 서소문 재활용처리장으로 옮겨졌다. 중구 관내 980곳의 커피전문점에서 하루 생성되는 커피박은 3∼5t, 연간 최소 1095t이 발생하는 것으로 구는 파악하고 있다. 중구가 이렇게 버려지고 있는 커피박의 재활용에 팔을 걷었다. 지난 4월부터 일부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커피박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박옥순 중구청 재활용관리팀장은 “시범 운영을 하면서 필요성을 설득하니 참여 문의가 매일 오고 있다”며 “연간으로 치면 만만치 않은 종량제 봉투 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현장에선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는 매장에서는 투명한 비닐봉투에 커피박을 담아 내놓고 있다. 별도 규격봉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안이 보이는 봉투에 커피박만 넣어야 한다.

구는 주 3회 저녁 수거를 원칙으로 정하고 전용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수거작업으로 모은 커피박은 서소문 자원재활용처리장에서 다시 1t짜리 마대로 옮겨 따로 보관한다. 이곳에서 며칠간 머문 커피박은 퇴비로 재탄생한다. 축분과 섞어 퇴비로 사용하면 퇴비품질도 좋아지고 쉽게 없어지지 않는 축분 악취까지 잡아준다.

구는 커피전문점 영업 신고를 접수할 때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적극 안내하는 등 참여 매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는 이달부터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중구가 커피박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자원순환기본법’의 영향이 크다. 법에 따라 지자체 등 쓰레기 배출자는 폐기물처분부담금(1㎏당 매립 15원·소각 10원)을 내야 한다. 게다가 올해 생활쓰레기 처리단가 인상과 함께 서울시에서 정한 반입량을 초과하면 금전적 페널티를 주는 ‘공공폐기물처리시설 반입량 관리제’까지 더해지면 재정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중구에서 지난 한 해 발생한 생활쓰레기양은 6만7773t으로 하루 평균 186t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15억550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복지, 안전 등에 쓰여야 할 구 예산이 아까운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소모되는 것이다. 구는 커피박 등 재활용 감량을 통해 연간 5억3000만 원의 폐기물처분부담금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구는 하루 22t씩 구 연간 생활쓰레기를 12% 줄인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에 따라 관내 봉제업체 1200여 곳에서 나오는 봉제원단 조각에도 손을 대고 있다. 봉제원단 조각 역시 하루 15t 중 10t이 별도 처리 없이 종량제 봉투를 통해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진다. 구는 경기 포천에 있는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봉제원단 조각을 모아 열에너지 고형원료로 되살린다. 조각에서 좋은 실을 뽑아 작업용 장갑도 만든다. 기존 수거 시스템도 정비한다. 모양이 제각각인 데다 무단투기장으로 전락한 재활용 의류수거함은 현재 190개에서 대폭 감축한다. 대신 ‘중구 공공시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새로 단장한 의류수거함을 관내 주요거점 40곳에 세워 수거율을 높인다.

폐가전, 가구 등 대형생활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시스템도 개선하고 재활용품 선별 라인을 강화해 생활폐기물에 섞인 우유팩 등 유가제품을 빈틈없이 걸러낸다. 구는 올해 초부터 동 청소행정 주민평가위원, 골목 가꿈이 봉사단 등을 필두로 감량 관련 교육을 하고 처리시설 견학도 했다.

이와 함께 구는 하루 300㎏ 이상인 폐기물 배출 다량사업장에 대해서는 ‘생활폐기물 배출 실명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배출에 책임감을 부여하고 자체 감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황치영 중구청장 권한대행은 “최근 폐비닐 사태로 쓰레기 재활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다각적인 쓰레기 감량사업과 민·관 협력을 통해 획기적인 폐기물 감량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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