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紅不是無情物 化作春泥更護花(낙홍불시무정물 화작춘니갱호화)

떨어지는 붉은 꽃 무정한 물건이 아니니, 봄 흙이 되어 다시 꽃을 보호하네.

청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사상가였던 공자진(공自珍)의 ‘기해잡시(己亥雜詩)’ 제5수에 나오는 구절이다. 1839년 기해년은 아편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의 해이다. 당시 청나라는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채 무능과 부패로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었고, 공자진은 일찍부터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했지만, 하급관료였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해 초 평소 공자진과 사회개혁의 의지를 공유하던 임칙서(林則徐)는 황제의 명으로 아편무역을 근절하기 위해 광둥(廣東) 지역으로 떠났다. 원래 공자진은 임칙서와 동행하기를 바랐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고 얼마 뒤 시인은 별 희망이 없는 관료생활을 청산하고 베이징(北京)을 떠나는데, 이 시는 그때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늦은 봄, 그러잖아도 이별의 정에 가슴 아픈 시인의 눈앞에 붉은 꽃들이 부질없이 떨어진다. 낙화를 보며 시인은 위국위민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베이징을 떠나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우국충정이 결코 헛되지 않아 세상을 지키는 작은 거름이 되기를 희망하며 마음을 달랜다. 봄날 분분한 낙화를 보며 아픈 마음을 달래던 이 구절은 쉬우면서도 깊은 여운을 지니고 있어 널리 인구에 회자하게 되었다.

유월은 현충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우국지사가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스스로 붉은 꽃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 떨어져 간 붉은 꽃들이 기름진 봄 흙이 되었기에 지금 우리가 풍성한 삶의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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