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당국의 여전한 안전불감증이 또 대형 참사(慘事)를 부를 뻔했다. 서울 용산역 앞의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3일 낮 12시35분쯤 완전히 붕괴됐으나, 공교롭게도 일요일이어서 경상 1명에 그쳤다. 평일 점심시간에만 손님이 150여 명에 이르던 1층과 2층 음식점은 문을 열지 않았고, 사고 시간대엔 4층 거주민 1명만 건물 내에 있었다고 한다. 1966년에 세운 낡은 건물이 인근의 대규모 지반 굴착 공사 등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흔들리고 균열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방치해온 것은 참사를 기다리다시피 한 셈이다.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해당 건물에 거주하며 방관해온 건물주 책임도 가벼울 수 없지만, 신고까지 사실상 묵살한 용산구청의 ‘직무유기’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1층 식당 주인은 “건물 벽이 뒤틀리고 금이 간 사진을 첨부해 e메일을 보낸 다음날인 지난 5월 10일 구청 공무원이 나와 현장을 봤는데도, 위험시설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게 황당하다”고 개탄했다. “신고가 됐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구청 측의 유체이탈 화법은 무책임의 극치다. “전문가와 함께 주변 건물들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 예정” 운운한 뒷북 행정마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대형 참사 때마다 ‘전수 조사’니 ‘정밀 안전 진단’이니 하며 일시적으로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 흐지부지해온 행태를 더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안전 관리 부실·무능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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